피해 학생들 다시 가해자와 수업하게 돼
학교법인, 사안 심각성 제대로 알고 있나

창원 한 사립중학교에서 발생한 '스쿨미투(학교 성폭력·성희롱 고발)'. 지난 8월 초 학생들이 대자보로 학내에 고발했으니, 두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창원교육지원청 학생 전수조사, 성희롱·성고충심의위원회 개최, 경남도교육청 해당 교사 4명 중징계 의결 요구, 해당 학교법인 징계위 개최, 도교육청 성희롱·인권 침해 포함해 해당 학교 '기관 경고', 도교육청 해당 학교법인 징계위 재심 요청, 해당 학교법인 2차 징계위 개최 등을 차례로 밟았다. 긴 과정을 거쳐 학교법인 징계위 최종 결론은 애초 1차 징계위 결과와 마찬가지였다. 성희롱으로 판단된 교사 4명 중 1명만 중징계하고, 2명은 경징계, 1명은 불문경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의 재심 요청에도 학교법인의 결론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학교법인 징계위 결정으로 학생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짊어지게 됐다. 가해 교사를 고발했던 학생들은 그대로 가해 교사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중징계를 받은 교사는 잠시 학교를 쉬었다 복귀하게 됐고, 나머지 교사는 이전과 다름없이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들의 수업시간 성희롱을 고발했던 학생들은 '예민하다'는 등의 힐난을 감수했지만, 이제는 고발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는 현실에 더 괴로워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스쿨미투는 진행 중'이라는 4편짜리 기획기사를 썼다. '스쿨미투' 고발 학생, 2018년 앞서 '스쿨미투'를 했던 20대, '스쿨미투'를 곁에서 지켜보고 지지했던 여성단체 관계자 등을 차례로 만나 인터뷰했다. 그중 '스쿨미투' 고발 학교 교사의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솔직히 교사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것 같다. 학생들의 문제 제기 이후 교사들 사이에서 조심하려는 분위기도 있지만, 동시에 '이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라고 생각하는 교사도 있다. 운이 나빠서 잘못 걸렸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징계 대상자 중 한 명은 학생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곧바로 교체하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 외부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고 중징계까지 요구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사실상 다르다는 것이다.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교원이 학생에게 한 행위가 성희롱으로 판단되면 중징계를 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사립학교가 이를 따르지 않자, 도교육청은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립학교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강화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하겠다고도 밝혔다.

교육부가 낸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에서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중 '언어적 성희롱' 예시로 '수업시간에 성행위, 성적인 비유, 음담패설 등과 관련해서 언급하는 행위'가 포함돼 있다.

이번에 창원 한 사립중학교 학생들이 제기한 부분은 여기에 해당한다. 학교법인은 도교육청의 징계 요구를 따르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학교법인은 학생들의 상처 등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