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만에 전면 수정된 자치경찰 법안
현장 경찰 힘들게 하는 것이 개혁인가

파출소에 근무하는 김 순경은 매우 혼란스럽다. 힘든 경쟁을 통과해 꿈에 그리던 경찰관이 되었는데, 지난해 3월 정부와 여당이 경찰 개혁 차원에서 '자치경찰' 추진을 발표했다. 게다가 이원화 모델이라며 지구대, 파출소,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로 시민을 상대하는 부서의 경찰관들이 경남도청 소속 자치 공무원이 된다는 것이다.

일부 선배 경찰관들은 신분상 불이익과 여론수렴 부족, 특히 치안 약화 등을 거론하며 많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래도 정부와 학계에서는 이미 제주도에서 10년 넘게 실험해 주민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치안부담을 줄이고자 전면 시행이 아닌 단계적으로 3년간 시범 시행한다고 약속하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해는 바뀌어 20대 국회는 종료되고, 지난해 추진한 자치경찰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김 순경은 매우 당황스러운 뉴스를 접한다. 7월 하순에 정부와 여당이 기존 정책을 전면 수정해 '일원화 자치경찰'을 추진하는 법안을 국회에 입법 발의한 것이다. 그동안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이원화 자치경찰은 예산도 많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순식간에 입장을 선회했다.

파출소를 대표적으로 설명한다면 경찰 신분은 국가경찰로 유지하며 기존에 담당하던 치안 업무와 함께 자치단체의 업무도 추가로 수행해야 한다. 국가경찰인데 도지사와 자치경찰위원회 지휘 감독도 받아야 한단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제도가 시범 시행 없이 내년 1월 1일부터 전국에 전면 시행한다는 것이다. 업무는 당연히 증가하는데 예산과 인력 지원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다. 마치 건물을 만들어 놓고 비품이나 인력은 준비 없이 바로 일을 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곧 75주년 경찰의 날을 맞이하는 우리의 치안 정책 현실임을 알게 되니 김 순경은 할 말이 없다.

2017년 대통령선거 후 검찰 개혁은 대한민국을 이끈 화두이다. 일제강점기 도입된 '검사' 제도는 수사와 형사재판을 넘어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의 최고 권력이 됐다. 그들만의 매우 강력한 '선민의식'과 결속력을 통해 국민을 기만하고 그들이 원하는 정의만을 내주었다. 어느 정치권에서도 속 시원하게 해결 못한 문제를 시민이 나서 국민의 검찰로 개혁시키는 중이다. 정치에 기웃거린 국가정보원도 개혁 대상이 돼 순수한 대외정보와 산업기술 유출 등 국가안전에 관련된 정보만 처리하는 기관으로 변화 중이다.

경찰도 개혁 대상임에 틀림없다. 국정원 대신 국내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유일한 기관이 되었으나, 법률에 정한 치안정보 업무만을 수행하도록 경찰법 등이 개정될 예정이다. 처벌 조항도 적시해 법에 어긋난 활동을 하게 되면 징계와 더불어 형사책임도 받게 된다. 정치권력이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는 경찰이 될 수 있도록 강력한 법적 장치와 투명하게 시민사회 등의 통제를 받게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김 순경이 근무하는 지구대와 파출소는 권력과 거리가 멀다. 그들은 상급기관에 근무하는 경찰처럼 '엘리트' 소리를 듣고, 승진에도 꾸준히 집중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되고 싶지만, 그냥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도움이 필요한 시민의 112신고를 처리 중이다. 1급 발암물질인 야간 밤샘근무를 제복과 함께 숙명처럼 안고 지낸다. 정치권에 묻고 싶다. 그들이 개혁 대상인가? 그리고 그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 본 경험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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