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합천·섬진강댐 사태 질타
주민에 계획 변경 바로 안 알려
관리지침 세분화 등 개선 촉구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지난 8월 집중 호우 당시 합천댐·섬진강댐 방류과정에서 규정을 어기고, 부실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에 충분히 방류하지 않았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돼, 현행 댐 관리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댐관리규정에 따르면 댐 관리자는 수문 방류 3시간 전까지 방류계획을 관계기관과 주민에게 통보하고, 계획 변경 때도 즉시 내용을 알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은 19일 수공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잘못된 강우 예측으로 마지막 방류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현행 댐관리 규정에는 방류 계획이 변경될 때 지체없이 관계 기관과 주민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섬진강댐 관리지사는 지난 8월 8일 오전 3시 37분께 영산강홍수통제소로부터 방류량 변경 계획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섬진강 변 지자체에 구체적인 계획을 통보한 시간은 오전 5시 8분으로 1시간 31분 늦게 통보했다. 방류가 이뤄지기 불과 1시간 22분 전이었다. 합천댐 관리지사는 8일과 9일 이틀 동안 두 번의 변경 승인을 받은 뒤 각각 4시간 42분, 1시간 39분 늦게 관계기관에 알렸다. 급작스러운 연락에 주민들은 대처할 시간 없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방류변경계획을 승인받은 시점부터 구체적 변경계획은 성립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인을 받자마자 바로 통보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결국 사전 방류를 충분히 못 해 벌어진 상황"이라며 "수공은 사전 방류 실패를 인정하고 홍수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희용(왼쪽 아래) 용담댐 피해대책위원회 무주군 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수자원공사·한국환경공단 등 국정감사에서 용담댐 피해를 인재로 인정해 달라며 엎드려 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희용(왼쪽 아래) 용담댐 피해대책위원회 무주군 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수자원공사·한국환경공단 등 국정감사에서 용담댐 피해를 인재로 인정해 달라며 엎드려 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진 의원은 사전 방류 등 홍수 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로 수공의 댐 관리 지침을 꼽았다. 현재 각 댐 홍수조절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2단계로 구성됐다. 관심 단계는 '홍수기 제한수위'를 넘을 때, 주의 단계는 '계획홍수위'를 넘을 때 발령된다.

문제는 섬진강 홍수기 제한수위(196.5m)와 계획홍수위(197.7m)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섬진강댐은 190m를 웃도는 수위를 유지하다 8일 하루 만에 홍수기 제한수위를 넘어 197.42m까지 수위가 치솟았다.

이 의원은 "홍수기 제한 수위 밑에 새 기준을 만들어 사전 방류의 기준 수위와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며 "홍수경보도 3~4단계로 세분화해 단계별 대응 지침을 세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 저수율을 필요 이상으로 유지하는 원인이 되는 수공 댐 관리지사 평가 지표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임종성 의원은 5년마다 보완·갱신하게 되어 있는 댐 비상대처계획 수립 지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안전 불감증'이라고 꼬집었다.

임 의원은 "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댐·저수지 39개 시설 중 37개 시설이 비상대처계획 수립 후 5년 단위 갱신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갱신 미이행 시설에는 지난 8월 홍수 위기를 겪은 합천댐, 용담댐, 섬진강댐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박재현 수공 사장은 "관련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방류 계획된 시점보다 주민 통보 시점이 늦은 것도 사실이다. (개선책 마련 등) 지적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례없는 홍수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본 것에 매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가슴이 아프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댐조사위원회를 통해 홍수 평가를 하게 되는데 결과가 나왔을 때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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