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대마리 전언' 호평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하순희(67·사진) 시조시인이 '2020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시조 '대마리 전언'으로 시조집 <종가의 불빛>(고요아침, 2019년 11월)에 실린 것이다.

올해로 서른 해를 맞은 이 문학상은 시조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이호우(1912∼1970), 이영도(1916∼1976) 남매 시인의 문학성을 기리고, 시조 발전을 위해 시인들의 고향인 경북 청도군에서 해마다 전국 시조시인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주는 상이다.

제1회 수상자가 통영 출신 운초 박재두(1936∼2004) 시인이었고, 지난해 수상자는 현재 경남문협 회장인 이달균 시인이다.

하순희 시인은 1989년 시조 동인지<시조문학>으로 등단하고, 1991년 <경남신문>, 199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됐다.

<별 하나를 기다리며>, <적멸을 꿈꾸며>, <종가의 불빛> 등 시조집과 <잘한다잘한다 정말> 같은 동시조집을 냈다.

경남시조문학상, 중앙시조신인상. 성파시조문학상, 마산시문화상(문학부문), 반야불교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을 받았고 현재 시조 전문 잡지 <화중련> 편집장을 맡고 있다.

올해 본상 후보자는 모두 7명. 심사위원들은 이 중 하순희 시인의 '대마리 전언'을 선정하며 "민족사 비극의 현장에서 자연과 전쟁의 양 극점을 연결하여 민족상잔의 슬픔을 애잔히 그려내면서 전쟁의 포화로 말미암아 망가진 인간성을 자연 회복을 통해 구원해간다"고 밝혔다.

"마음이 먼 길 떠나 돌아오지 않았지만/ 천둥 번개 지진 속 파편을 쓸어안아/ 포화로 녹슨 철모엔 마른 꽃대만 가득하다// 말없이 누운 채로 목이 메는 백마고지/ 눈뜬 버들개지만 바람에 흔들릴 뿐/ 발걸음 옮길 수 없는 난 망연히 서 있었다// 포연은 사라졌으나 쉼 없이 명멸하는/ 붉은 눈 전광판이 피의 능선 비추는 곳/ 여린 목 뽑아 올린 채 재두루미 날고 있다" - '대마리 전언' 전문

심사위원들은 또 이 시가 담긴 시조집 <종가의 불빛>에 대해서도 "존재론적 고독의 근원에 닿아 본질을 깨쳐가는 모습이 경건하고 진중하다"고 평가했다.

하순희 시인은 이호우 시인의 '삼불야'를 읽으며 민족사에 가슴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며 금강경 한 구절인 '사가이면면 불가이근근(斯可以綿綿 不可以勤勤)'이란 말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끊임없이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시상식은 30일 오후 4시 30분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화랑풍류마을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