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대청계곡 잇단 개발에 생태계 몸살
밀양 자연 곳곳 수상태양광 발전에 치여

김해시에 산 지 6년째인데도 지역 구석구석 자연 풍광이 좋다는 곳엘 가보지 못했다. 지난 주말에는 평소 몰랐던 장소를 찾으려 자료를 뒤지다가 우동누리길이 눈에 띄어 가을을 만끽하러 나섰다. 우동누리길은 창원시 동읍 단계리에 있는 우곡저수지를 빙 둘러볼 수 있는 멋진 길이다. 행정구역은 창원시이지만 내비게이션에 물으니 김해시 서천마을로 데려가 줬다. 최근 김해시가 서천마을에서 동읍 단계리로 바로 통하는 산책길(덱로드)을 연결해 풍광이 환상적이다. 새로 생긴 산책로를 건너기 전 예쁘장한 정자에 앉아서 보는 경치는 일품이다. 산책로를 지나면 왼쪽으로 우곡사 가는 길이 나오고, 오른쪽으로는 저수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저수지를 오롯이 즐기는 길을 택했다. 저수지를 다 돌아볼 즈음 동네 카페 알림판이 보여서 허브 정원 색감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차도 마셨다.

우곡지 가을 풍경을 눈에서 놓칠세라 사진을 찍어대다가 문득 밀양 안태호와 가산저수지가 겹쳐져 보였다.

안태호는 정말 사계절 아름다운 천혜의 풍광을 지닌 곳인데, 그 호수 위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려 해서 주민들이 소송을 불사하고 있다. 최근 소송에서 주민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지만, 한수원이 다시 사업을 하도록 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산저수지 역시 마찬가지다. 한적한 농촌 풍경이 그윽한 가산저수지엔 이미 한국농어촌공사가 1차로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사업을 완료한 상태다. 그런데도 최근 2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민들 반대가 있었다. 실제 가산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면 굳이 이 저수지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또 해야 할까 싶다.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사업은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사업과 바교하면 친환경적인 에너지 사업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요즘 몸살을 앓는 김해 장유 대청계곡도 형언할 수 없는 자연치유 장소다. 인공폭포 입구에서 장유사까지 걸어보기도 하고, 소폭포까지만 가서 앉아 있다 오기도 한다. 산과 계곡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는, 통유리창이 예쁜 카페 옥상에서 차를 마시기도 좋다. 지금 이대로 자연 풍광으로도 멋지고 설레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국립자연휴양림 공사가 한창이고, 내년부터 누리길 2단계 사업도 장유사 입구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누리길 1단계 사업으로 출렁다리와 산책로가 소폭포까지 이어져 방문객들이 늘어난 것 같기는 하다. 휴양림 조감도를 보니 완공되고 나면 관광객도 많이 올 듯하다.

그러나 걱정도 많다. 늘어나는 관광객들이 주차할 공간,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해 보면 개발 사업에 더해 도로도 확장하려 하고 주차장도 또 만들려고 할 테다. 친환경적 개발을 주창하지만, 인간이 편리를 요구하는 대로 자연이 더 훼손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무쪼록 자연을 거스르는 범위가 과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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