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분류작업자 퇴근 후 숨져
"모든 공정 실시간 측정 압박"
CJ대한통운 올해 5명 과로사
대책위, 현장 전수조사 촉구

코로나19 사태로 업무량이 급증한 택배 산업에서 노동자가 또다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택배산업 작업현장 전반에 대한 근로감독 시행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18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6시께 경북 칠곡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택배 분류작업을 해온 20대 ㄱ 씨가 퇴근 후 집에서 숨졌다.

물류센터 내에서도 노동 강도가 높은 야간 택배 물류 분류작업을 1년 이상 했던 ㄱ 씨는 평소 지병이 없었고, 술·담배도 하지 않았다는 게 대책위 설명이다. 대책위는 "ㄱ 씨는 일용직이지만 남들과 같이 하루 8시간, 주 5일을 꼬박 근무했다"며 "물량이 많은 날은 30분에서 1시간 30분의 연장 근무를 하기도 했다"며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쿠팡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시간당 생산량(UPH)' 기준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검수·집품·포장·분류·상차 등 모든 공정에서 개인별 UPH가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감시당하고 10분만 UPH가 멈춰도 지적을 당하기 때문에 화장실도 쉽게 못 간다"며 "특히 이 UPH는 점심때를 포함한 쉬는 시간에도 측정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나 식사를 거르는 노동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장시간 고된 노동에 택배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일이 올해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서울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48) 씨가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숨지기 전 코로나19로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주 6회, 하루 평균 15시간씩 격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입구에서 CJ대한통운 규탄대회 후 올해 사망한 택배노동자 5명의 영정을 들고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입구에서 CJ대한통운 규탄대회 후 올해 사망한 택배노동자 5명의 영정을 들고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김 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소속 대리점이 대필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주요 택배업체를 대상으로 택배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계기로 관련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경남에서도 지난 7월 5일 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숨지는 등 1월 경기도 안산에서 우체국 택배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10월까지 9명이 일하다 숨졌다.

대책위는 "정부가 택배산업 작업 현장 전반에 대한 근로감독과 전수조사를 조속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7월 전국택배노동조합과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가 참가해 출범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도 17일 창원과 서울·부산 등에서 기자회견·CJ대한통운 규탄회견을 열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올해 과로사한 택배노동자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라며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협조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동조합은 12일부터 2주간을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17일에 이어 24일에도 '토요일 배송 중단'을 선언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