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부정적 평가, 서울 중심 사고
'수도권 편중에 대항한 자립' 핵심 빠져

다리에 붙은 거머리를 떼면 피가 흐른다. 살갗에 앉은 모기를 때리면 피가 툭 터진다. '빨린다'는 말을 생각했을 때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다. 국정감사 자료들에서 '쏠렸다'는 단어들에 눈길이 더 간다.

최근에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지역화폐 연구보고서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보조금과 부대비용 등 경제적인 순손실이 올해 2260억 원이라며 지역사랑상품권을 부정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역외소비를 차단해 생기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인접지역 경제위축 대가여서 긍정적이지 않다고 했다. 연구원이 밝힌 존재 이유에 비춰 지속가능한 재정정책,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중심에 놓고 연구를 했는지 의아했다. 갈수록 수도권에 쏠리고, 지역은 쪼그라들어 소멸위기에 놓였는데도. 이런 불균형은 지속가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는데도.

전국 228개 광역·기초자치단체는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발행규모는 2017~2018년 3000억 원대에서 2019년 3조 2000억 원, 코로나19가 발생한 올해는 9조 원으로 급증했다. 왜 지방정부마다 그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를 발행할까. 빨림과 쏠림에 대항한 자립과 자생력을 위해서다. 그런 핵심이 빠진 보고서는 서울 중심 사고의 산물로 보였다.

돈은 사람을 쫓아가고 사람은 돈이 있는 곳으로 몰리는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그렇게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고, 빨대는 갈수록 세진다. 자치분권, 균형발전은 국가 핵심 의제 중 하나지만 빨림과 쏠림은 심화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는 넘쳐난다. 민간자본, 외국자본 투자의 70~80%는 수도권으로 몰린다. 비수도권은 부스러기를 놓고 다투는 판국이다. 이게 현실이다.

한국은행 경제시스템에서 확인한 올해 2분기 예금잔액은 1627조 4243억 원이다. 이 중 서울이 51.5%를 차지한다. 서울은 상향곡선을 타고 있지만 비수도권은 큰 변동이 없어 간극은 갈수록 벌어진다.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지역 거주자가 다른 지역에서 소비한 역외소비율은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50%(서울 제외 전국 55.5%)를 넘었다. 서울이 역외소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국가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지역균형뉴딜 의지를 밝혔다. 17개 시도지사도 참석해 지역균형뉴딜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지역 언론들의 전략회의 보도는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균형발전 정책 의미보다는 다음 대선 주자들에 주목해 '여야 잠룡' 제목이나 달고 앉았고, 지역에 75조 원을 쓴다니 재정건전성이 걱정이라고 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서 105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고성군 대가면에서는 4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 경사가 났다고 할 정도다. 지역민은 일과 주거, 여유를 함께 누리는 삶의 품격을 말하는 시대와 동떨어진 세상에 살아야 하는가. 빨림을 당해보지 못한 이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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