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만 내고 '함장 부두 잘못 알고 접근했으나 정상 입항'
당시 동료 '홋줄 미확인' 진술·각종 은폐 의혹은 해명 안 해

스물두 살 청년 이형준 하사를 주검으로 내몬 해군 청해진함 홋줄 사고 재조사 결과 일부 '함장의 실수'가 드러났지만 해군은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징계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해군은 지난 7월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아 재조사를 시작했다. 결과는 8월 중순께 나왔다. 해군은 지난 8월 26일 누리집에 '청해진함 홋줄사고 재조사 결과' 관련 입장을 밝혔다.

재조사 결과, 2018년 11월 13일 오전 청해진함 홋줄 사고 당일 경북 포항항 최초 접근 단계에서 5부두를 7부두로 잘못 알고 접근했으나, 진입 이전에 7부두로 정상 입항했다. 애초 함장이 입항 부두를 오해하지 않았다는 해명과 다르다.

해군은 다만, 입항 과정에서 후진 엔진을 사용했지만 홋줄이 함 밖으로 나가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사고 원인은 '청해진함이 부두에 입항하는 과정에서 홋줄이 부두에 연결된 후 과도하게 조출돼 스크루에 감기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고 당시 1차 조사 결과와 같다고 했다.

해군본부 공보정훈실 관계자는 청해진함이 애초 부두를 잘못 알고 접근한 데 대해 "추가 조사로 밝혀진 것으로 징계할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해군은 청해진함 홋줄 사고와 관련해 함장·구조부장·갑판장 3명에게 주의·경고 등 '행정처분'을 했을 뿐, 관련법상 징계를 하지 않았다.

해군본부 입장문에 지휘·감독자가 생전의 이 하사에게 조기 복귀를 종용했다거나, 홋줄 장력을 조절하는 윈드라스(홋줄을 감는 기계) 담당자(부사관)가 자리를 비우는 등 청해진함 갑판 위 안전불감증, 사고 최초 보고서와 관련한 축소·은폐 의혹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이 하사 동료의 "함장이 후진을 지시했는데 홋줄을 배로 다시 넣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진술에 대한 해명도 없다.

명확한 재조사 결과를 알고자 <경남도민일보>는 정보공개신청을 했지만 국방부는 비공개 처분을 했다. 이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국방부는 14일 기각했다. 국방부는 국방정보와 조사대상자의 진술내용 등이 다수 포함돼 있고, 공개 가능한 핵심 내용은 8월 26일 자 해군본부의 입장문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해군본부는 유족에게 재조사 결과서를 열람하게 하고,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지휘·감독자가 치료가 끝나지 않은 이 하사에게 복귀를 종용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홋줄 기계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고, 6홋줄 주변 동료 모두 경험이 부족했는데도 지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등 안전불감증도 확인됐다고 했다.

유족은 최소한 사고 지휘·감독자 등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유족은 "총체적 잘못이 맞고, 애초 사고 처리·조사가 왜 그렇게 빨리 끝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죄는 없다고 한다"면서 "이런 결과가 나올 것 같아 국방부에서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접근성·전문성·효율성·조사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해군본부가 주관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 하사는 2018년 11월 청해진함 홋줄 사고로 두 다리가 으스러지는 등 온몸을 크게 다쳤고, 7번째 수술을 앞둔 올해 4월 창원시 진해구 집에서 급성 심정지로 숨졌다. 해군 전공사상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직무수행 중 사고에 따른 질병·사망을 인정해 순직 결정을 했다. 이 하사는 지난 7월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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