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감소세·폐업률 36%
정부 스마트화 지원 한계
"공동물류 서비스 구축해야"

대형유통점, 대기업 가맹 편의점과 골목상권에서 경쟁하는 동네슈퍼 나들가게 점주들은 점포 스마트화보다 가격과 상품 경쟁력 강화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이 있어 내 집같이 드나들 수 있는, 나들이하고 싶은 가게'라는 뜻인 나들가게는 정부가 2010년 1월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는 동네슈퍼를 육성하고자 붙인 이름이다. 매장면적 300㎡ 이하 동네슈퍼만 나들가게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황운하(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나들가게 월평균 매출액은 매년 감소했고, 10년 새 나들가게 3곳 중 1곳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단말기(POS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전국 3801개 나들가게의 2019년 기준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2341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인 2016년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2617만 원)보다 10.5% 감소한 것이다. 경남지역 2016년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2698만 원이었으나 2019년 2308만 원으로 14.4% 줄었다.

2010년부터 1134억 원을 지원한 전국 나들가게 폐업률은 35.7%에 이른다. 2010년 이후 개점한 점포 1만 1694개 중 3793개는 폐업, 393개는 취소돼 올해 8월 말 기준 운영 중인 점포는 7508개다. 경남에는 467개가 있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으로부터 소상공인 점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들가게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9월 중소벤처기업부 공모 사업인 점포 스마트화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또 시는 지역 40여 개 나들가게와 함께 추석을 앞두고 추석맞이 할인행사를 열어 제수 50여 개 품목을 최대 30%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행사, 지원사업은 나들가게 점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지만 일부 점주들은 상품 가격, 취급품목 확대 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책이 더 절실하다고 했다.

창원시 의창구에서 나들가게를 운영하는 ㄱ 씨는 "스마트화, 할인전 등 취지는 좋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대형마트, 편의점에 비해 나들가게의 가격, 상품 경쟁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다. 오로지 편의성만 보고 나들가게를 방문하는 것인데 최근에는 온라인 장보기가 대세가 돼 입지가 더 줄어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점주는 "일단은 소비자 방문이 우선돼야 하므로 상품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공동물류 서비스를 구축해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했다.

20년 넘게 창원시에서 골목상권을 지켜온 백익흠 경남창원나들가게협의회장은 매출 감소, 폐업의 주원인으로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또 반무인 점포, 스마트화에는 찬성하나 지원금액이 낮고 도난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 보완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백 회장은 "도난 위험이 있는 반무인 점포를 운영하느니 차라리 가게 내 아이스크림, 커피 등 일부 상품만 자판기처럼 돌려 24시간 판매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 등 의견을 중기부와 시에 제시하고 있다"며 "물류 서비스 또한 편의점, 대형마트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편의점 간편식 상품 등을 납품받아 판매하면 소비자의 방문, 구매 횟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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