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해 볼 겨를이 없다. 나아가 내 욕구에 방해가 되면 내치거나 해치기까지 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대개 뒤늦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거나 후회하게 된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 필요한 덕목이 ‘배려’ 아닐까 싶다.

고성에서 태어나 줄곧 마산에서 살아온 책의 저자 최재홍 작가는 책머리에서 격앙 조로 이렇게 말했다.
“거짓이 온통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착하고 정직한 사람은 바보이고 무능력한 사람입니다. 배려가 손해가 되고 선의로 한 행동이 잘못한 것으로 왜곡되어 돌아옵니다.”

이 책에는 1부 세상 사는 이야기, 2부 내 삶의 현주소, 3부 오래전 이야기, 4부 소시민이 바라는 작은 소망, 이렇게 4개의 큰 주제로 나뉘어 81편의 수필이 담겨 있다.

책장을 남기다 보면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서민으로서의 나 자신을 보는 듯하다.

“바보라서 즐겁다. 권력이 없으니까 그것에 빌붙어 청탁하는 비굴한 사람 알 필요 없어 좋고, 돈이 없어서 그 돈 지키려고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고, 돈 빌려 달라는 사람 없어서 좋고 그 때문에 싸움질하는 자식들 이야기 남의 일이라서 좋다.” (‘바보라서 행복하다’ 122쪽)

작가는 매사 긍정적이다. 못 살아도 좋고 잘 살아도 좋다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글에도 욕심이 없다. 욕심이 없으니 얽매임이 없다. 이 글 끝머리에 인디언 기우제 이야기가 나온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지내니까.” 불휘미디어 펴냄. 327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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