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 3년 지나도 묵묵부답
간접고용 노동자 무기파업 예고

경상대학교병원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미루면서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을 예고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경상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2일 창원경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고용과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경상대병원(진주·창원)에는 450여 명의 비정규직이 있다. 청소·시설·보안·통신·콜센터 등 업무를 하는 이들은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침'에 따라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정부 지침에서 '국민의 생명·안전 분야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업무 집중도, 책임의식 저하로 사고 발생의 우려가 있으므로 직접고용이 원칙'이라고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경상대병원은 3년이 지나도록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와 6개월 단위로 계약하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 경상대학교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일 창원경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고용·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23일 진주 경상대병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창언 기자
▲ 경상대학교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일 창원경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고용·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23일 진주 경상대병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창언 기자

공공연대노조 창원경상대병원지회(이하 지회)는 "2018년 11월 노·사·전문가 협의체가 구성됐지만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인사만 나눴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5월 노동조합을 결성, 9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신청과 출근선전전 등 투쟁을 본격화했지만 병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9월 지노위 조정 중지 결정 후 병원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인사권이 진주 경상대병원 본원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며 "전국 14개 국립대병원 중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은 곳은 경상대병원과 부산대병원뿐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절망으로 몰아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병원이 병원장실과 총무국이 있는 창원경상대병원 5층 유리현관문에 '외부인 출입금지'를 붙이고 출입통제시스템을 바꿔 비정규직 출입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수년간 병원에서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부인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지회 소속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병원 내 환경미화 노동자는 청소 도구실에서 식사와 휴식을 하고, 전기·가스·기계·방재를 담당하는 시설 노동자는 주 9시간·야간 15시간 등 장시간 일하는 처지"라며 "여성 보안 노동자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등 노동자 배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회는 공공연대노조가 참여하는 노·사·전 협의체 구성과 직고용·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경상대병원이 계속 외면하면 무기한 파업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지회는 이날 노조 간부 26명이 2시간 부분파업을 한 데 이어 23일 진주 경상대병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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