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장애인복지관서 기획
부모가 직접 글·그림 작업
가족 삶 담은 이야기 8편

진해장애인복지관이 최근 동화책 시리즈 세 권을 냈다. 이 시리즈가 특별한 건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는 점이다. <내 아이라서 고마워>라는 제목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찡해진다.

동화책 내용은 진해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 가족의 일상을 동화로 표현해보자는 생각으로 2018년부터 진행한 '동화 그리다'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시리즈 3권에 '조희야 사랑해', '엄지척', '마음의 소리', '위니의 하늘', '사랑해요 내 왕자님', '천사가 우리 집에', '킁킁킁', '주영이의 꽃' 등 모두 8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에 실린 동화는 일단 각 이야기 뒤에 실린 에필로그를 먼저 읽고 앞으로 돌아가서 동화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 아동을 둔 어머니가 쓴 '킁킁킁'이란 동화를 보자. 발달장애는 일종의 뇌손상 장애다. 선천적일 수도 있고 발육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는데, 지능, 운동, 언어, 감각 등이 발달을 하지 못하는 장애다.

이야기 뒤에 실린 어머니 이야기를 먼저 보자.

"저는 발달장애아를 둔 세 아이 엄마입니다. 사실, 시윤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시윤이가 가진 음성틱(킁킁킁 소리) 때문에 겪은 일들을 동화로 그려 보았습니다. 틱 때문에 겪는 우리 가족의 애환을 독자분들이 거부 반응 없이 재미있게 봐줬으면 합니다."

▲ <내 아이라서 고마워> 시리즈 책 나눔 행사. /이서후 기자
▲ <내 아이라서 고마워> 시리즈 책 나눔 행사. /이서후 기자

동화는 마치 동시 같은 구성이라 금방 읽힌다.

"시윤이는 조금 특별한 아이입니다. 기분이 좋아도 킁킁킁, 화가 나도 킁킁킁, 모든 표현을 재주를 부리죠. 하지만, 이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 울상지어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소리가 너무 커서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려서 마음이 속상해요. 킁킁킁. 놀래라 무슨 소리야? 하지만, 그 소리는 계속되죠. 킁킁킁. 항상 엄마와 시윤이는 고개 숙여 다녀요. 두 그림자가 함께 나란히 가네요. 하지만, 우리를 반겨주는 건 가족! 누나가 말하네요. 우리 집엔 천사 꼬마 돼지가 있어. 그 소리가 너무 재밌다고 꼬마 돼지의 소리는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 까르르 누나랑 동생 시윤이가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킁킁킁 놀아요."

'천사가 우리 집에'란 작품도 살펴보자. 역시 어머니의 이야기를 먼저 읽어본다.

"민찬이는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있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습니다. 민찬이에게는 세 명의 형이 있습니다. (중략) 개성이 강한 세 명의 형들을 힘겹게 키우면서 하늘에서 온 민찬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보려고 하지 않았던 세상 속에서 함께 울고, 함께 웃는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 감사할 뿐입니다.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어 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동화는 세 형이 막내 민찬이를 돌보며 함께 자라는 내용이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겠지만 자신들과 조금은 다른 동생을 부드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네 살 민찬이는 배가 고파도 어, 어 초코우유가 먹고 싶어도 어, 어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요. 엄마 민찬이는 왜 말을 못해요? 하늘나라 말만 하다가 우리말을 배우는데 시간이 좀 걸리나 보다! 민찬아! 형아가 책 많이 읽어줄게. (중략)

민찬이가 드디어 1학년이 되었어요. 초등학교에 같이 다닐 거라고 좋아했는데 도움 반 있는 학교에 가야한데요. 친구들이 놀리면 어떡하지? 내가 학교 좀 다녀봐서 아는데…. 민찬아! 친구들이 못살게 굴면 형아가 혼내줄게."

진해장애인복지관은 추석을 앞두고 창원, 마산, 진해 지역 몇몇 카페에서 원화 전시와 책 나눔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전시 첫날부터 나눔 책이 금방 소진되는 인기를 끌었다.

현재 동화책은 창원 지역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여러 곳에 배치돼 있고, 창원시 공공도서관에서도 빌려 볼 수 있다. 앞으로 타 지역 도서관에도 책을 보낼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진해장애인복지관 가족문화지원팀 055-540-0431로 전화해 물어보면 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