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쿠스·커리·사테·명란젓 등
제국주의 역사가 담긴 음식 6종
약소국서 강국 전파 과정 설명

열강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약소국을 자신들의 마음대로 쥐고 흔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자국의 이익' 중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식탐·식욕이다. 영국은 차 수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줄이고자 중국의 차나무를 식민지 인도에서 재배했고 유럽 열강은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후추를 손에 넣으려고 인도를 침탈했다.

▲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남원상 지음
▲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남원상 지음

책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는 '음식 역제국주의'에 주목했다. 저자는 "속국이 된 나라와 민족의 음식이 침략자들에게 역방향으로 흘러들어간 사연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음식 역제국주의라 보았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피지배자의 전통음식이 지배자의 식탁으로 역으로 침투한 현상을 주목하며 여섯 가지 음식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북아프리카에서 프랑스로 간 쿠스쿠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간 보르시, 인도에서 영국으로 간 커리,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간 굴라시,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로 간 사테, 한국에서 일본으로 간 명란젓이다.

책은 흥미롭다. 이국적인 음식을 소재로 제국주의 역사를 풀어낸다. 기자 출신인 저자의 글솜씨와 더불어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사진이 한몫한다. 책에서 언급한 여섯 가지 음식 중 실제 먹어본 건 쿠스쿠스, 커리, 명란젓 등 세 가지뿐이라 다른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쿠스쿠스는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에서 프랑스로 옮겨 갔다. 쿠스쿠스는 언뜻 보면 날치알 같지만 사실은 좁쌀 모양의 밀가루 음식이다. 샐러드 재료로 자주 쓰인다. 보르시는 쇠고기 육수에 비트, 양파, 감자 등 각종 채소를 넣어 끓인 수프다. 러시아 음식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우크라이나 음식이다. 커리는 알다시피 인도 음식재료다. 제국주의 영국 여왕은 물론 현재 왕세손 부부도 커리를 배달해 먹을 정도로 영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굴라시는 헝가리에서 우리나라 김치찌개와 같은 음식이다. 헝가리 목동들이 개울에서 퍼 온 물을 솥에 가득 붓고 바짝 말린 육포와 각종 허브(마치 라면의 건더기 수프처럼)를 넣어 푹 끓인 국물 요리였다.

▲ 쿠스쿠스는 북아프리카에서 옮겨가 프랑스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샐러드 재료로도 쓰인다. 가운데 그릇에 흩뿌린 좁쌀 모양 알갱이가 쿠스쿠스.   /책 발췌
▲ 쿠스쿠스는 북아프리카에서 옮겨가 프랑스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샐러드 재료로도 쓰인다. 가운데 그릇에 흩뿌린 좁쌀 모양 알갱이가 쿠스쿠스. /책 발췌

사테는 인도네시아 꼬치구이다.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삼았던 네덜란드에서는 닭고기 사테가 인기다. 특히 땅콩버터가 들어간 사테 소스는 네덜란드의 만능 양념이 됐단다.

명란젓은 우리나라 음식이다. 명태의 알인 명란으로 담근 젓갈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일본인 가와하라가 일본으로 간 뒤 이 명란젓의 맛을 잊지 못해 직접 담가 먹다가 판매까지 하게 됐다. 일본에선 명란젓을 활용한 스파게티, 아이스크림, 바게트가 유행이다.

책을 읽어보니 식탁에 오르는 음식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어느 나라의 음식이고 어떤 역사가 깃든 음식인지 알고 먹으면 식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도 더 다양해질 텐데 말이다.

따비 펴냄. 324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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