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요구 기준 없고 영세 임대인 세금 혜택 부재 "실효 부족에 갈등 조장 우려"

임대료 할인청구권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둘러싸고 임차인은 실효성, 임대인은 고통 분담에 따른 혜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난달 24일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부여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소상공인들은 가장 큰 부담인 임대료 활로가 열렸다며 반겼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6개월간 세입자가 월세를 안 내도 계약을 파기하거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원래는 세입자가 월세를 3회 내지 않으면 건물주가 계약해지나 계약갱신 거절을 할 수 있었다. 이는 경제적 타격으로 월세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빠진 임차인의 유예기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또 개정안을 보면 임대료 증감청구가 가능한 요건이 기존 '경제사정의 변동'에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임대료 감액 요구 기준 등이 없고 임대인이 감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강제할 규정이 없어 보다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임차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지난달 29일 추석을 앞둔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상가 모습. /안지산 기자
▲ 지난달 29일 추석을 앞둔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상가 모습. /안지산 기자

일부 임차인은 허술한 점이 너무 많아 임대인-임차인 간 분쟁만 늘어날 것이라며 걱정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한 상가에서 세를 내 가게를 운영하는 박인숙 씨는 "악질적인 임대인도 있으니 이런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으면 좋지만 결국 들여다보면 허울뿐이다. 강제성도 없고 임대인이 임대료 감액을 거부하면 소송, 분쟁 조정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임차인-임대인 갈등만 커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임대인들도 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월세를 깎아주는 임대인에게는 혜택도 없는 데다 임대사업자라고 부르기 민망한 영세 규모 생계형 임대인은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진주시 중앙시장에서 점포 임대수익으로 생활비 절반 이상을 충당하는 ㄱ 씨는 "코로나19 확산 때 임차한 상인이 요청해서 월세를 몇 달간 깎은 적 있었다. 당시는 '착한 임대인'이 돼 세금 감면 혜택도 있었지 않나.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상황에 이번에는 세금 감면 혜택도 없이 임대인만 양보하라는 것인가"며 고개를 저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은 상가가 밀집한 대표적 상권이다. 창동 상인에 따르면 개인 상가 임대가 많은 편인 데다 규모마저 대부분 영세하기에 임대인의 수익도 크지 않다. 창동에 점포를 소유한 한 임대인은 "월세는 적은데 세금 떼가는 게 있으니 이윤은 적은 편이다. 나이 들어 일은 할 수 없고 임대료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에게 타격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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