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학상·경남문학 우수작품집상 등 수상 소식 풍성

가을 초입 경남문인협회 수상 소식이 풍성하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묵묵한 걸음으로 작업을 해온 도내 문인들이 거둔 결실들이라고 하겠다.

◇경남문학상 = 경남문협은 우선 제32회 경남문학상 수상자로 김일태(63)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 작품은 여름이 한가운데를 지날 때 나온 시집 <파미르를 베고 누워>(서정시학, 2020년 7월)다.

김일태 시인은 마산MBC에 근무하던 1992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1998년 <부처고기>에서 2012년 <코뿔소가 사는 집>에 이어 <파미르를 베고 누워>까지 시집 9권을 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문단 활동에 열심이었는데, 창원예총 회장, 창원문협 회장, 경남문협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창원 이원수문학관 관장과 고향의봄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 경남문학상 수상자인 김일태 시인.  /경남문협
▲ 경남문학상 수상자인 김일태 시인. /경남문협

심사는 22일 경남문학관에서 열렸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희근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작품 중 '시가 수용하는 용량이 더욱 넓은 것, 보다 개방적인 것'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시집을 읽어보면 나이가 들어가며 한결 부드럽고 넓은 품으로 세상과 삶의 의미를 안으려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강이 절로 깊어진 것은/ 그 어떤 질문에도 한결같은/ 묵묵부답이 요령이다// 세상 모든 얼룩진 풍문 품고도/ 저리 부드러운 모성으로 굽이치는 것은/ 삶이 곧을 수만 없음을 깨친 때문이다" ('강으로 흐를 수 있을까' 중에서)

"속을 비운 것들은 나이테가 없다/ 지나온 저를 기록하고 싶지 않다고/ 나이는 결코 자랑할 것이 못 된다고/ 지운 탓이다// 살다 보면/옳다고 잘했다고 동그라미 쳐줄 수 있는 때/ 과연 몇 번이나 되랴" ('주름에 대한 단상' 중에서)

경남문학상은 매년 경남문협 회원인 배대균 수필가(배신경과 원장)가 후원하고 있다.

◇<경남문학> 신인상·작품상 = 경남문협은 또 협회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경남문학> 올해 시, 수필, 동시, 희곡 부문 신인상 수상작도 발표했다. <경남문학> 신인상은 경남 문단에 새 작가를 발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 부문에서는 박정아 씨의 '달빛 주막' 등 10편을, 수필에서는 이정식 씨의 '사라진 고구마 자루'를 선정했다. 또 동시는 강숙 씨의 '물집'과 '낚시'를, 희곡은 정현수 씨의 '월하의 공동묘지'가 당선됐다. 박정아 씨의 시는 '구체적 인물을 페르소나로 설정해 무리 없이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모순적인 삶을 노래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정식 씨의 수필은 잔잔한 여운과 따뜻한 감성으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고, 강숙 씨의 동시는 작품은 물론 작가로서도 삶의 깊이가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보통 소설·희곡 부문에서는 당선작이 거의 없는 편인데 올해는 희곡 부문에서 당선작이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정현수 씨의 작품을 두고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의미 있는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경남문협은 <경남문학> 올해 작품상으로 △조향옥 '내 모자'(시, 봄호) △박정수 '전자렌지 속 데워지는 저녁'(시조, 여름호) △박경숙 '다시 길 위에'(수필, 봄호) △김용웅 '새치기'(아동문학, 가을호) △김진환 '꺾인 큐피트의 화살'(소설, 봄호)을 선정했다.

▲ 경남 우수작품집상 장편소설 <700년 전 약속>, 시집 <시의 본색>, 동화 <시간 좀 주면 안 잡아먹지>, 시조집 <낯선 곳에서 길을 묻다>, 수필집 <마음만 받을게요>.  /경남문협

◇2020 경남 우수작품집상 = 경남문협은 또 경남 우수작품집상 수상자도 발표했다. 코로나에도 전체 30권 정도로 올해는 유난히 출품작이 많았다고 한다. 소설 부문에서는 이진숙 소설가가 쓴 장편소설 <700년 전 약속>(북인, 2018년 12월)이 선정됐다. 심사 과정에서 '함의 가득한 문장, 행간에 풍부한 이미지를 읽을 수 있는 문장 그리고 가지치기가 잘된 경제적 문장'이 호평을 받았다. 시 부문에서는 김혜숙 시인의 시집 <시의 본색>(도서출판 경남, 2019년 8월)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이어 동화 부문에서는 도희주 아동문학가의 <시간 좀 주면 안 잡아먹지>(가문비, 2019년 3월)가, 시조에서는 김승봉 시인의 시조집 <낯선 곳에서 길을 묻다>(고요아침, 2020년 2월)가 우수작품상을 받게 됐다. 마지막 수필에서는 박귀영 수필가의 수필집 <마음만 받을게요>(도서출판 경남, 2019년 8월)가 선정됐다.

경남문학상을 포함한 모든 시상식은 다음 달 10일 오후 3시 창원문화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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