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도민들 격려 쇄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거액 기부
"나누면 10배로 돌아온다 확신"
내년 3월 신축 병원 개원 예정
공공의료 공백 메우기 '주춧돌'

명절이 다가오자 신문 지면에는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는 기사가 부쩍 늘었다. 코로나19라는 엄혹한 상황이라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인정은 멈출 줄 모른다. 멈출 줄 모르는 인정을 지닌 사람이 있다. 한마음창원병원 하충식 이사장. 그는 지난 2월 병원이 동일 집단 격리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히려 기부 활동을 더 확대했다. 추석을 앞두고 기부에 관한 그의 철학이 궁금했다. 내년 3월 한마음창원병원의 새 병원인 '창원한마음병원'이 창원중앙역세권 내에 1000병상 규모로 개원한다. 신축병원이 지니는 의미와 역할도 물어보고자 지난 23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 호텔 1층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추석이네요. 코로나19 상황이라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지?

"노모가 고향에 계시는데 걱정입니다. 전날 오후에 갔다가 인사드리고 저녁 늦게 돌아올 예정입니다. 모든 게 조심스럽습니다. 워낙 주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조심조심 또 조심합니다."

-신문 지면에 이사장님과 한마음창원병원이 어디를 후원하고 지원했다는 기사가 툭하면 나오던데, 이렇게 남을 돕는 일에 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50∼60년대는 우리나라 전체가 가난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동냥 얻으러 오는 사람 빈 그릇으로 보낸 적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돕고 살아야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턴, 레지던트 때부터 제 사비로 미화부 여사님들 양말과 비누를 사드렸으며 개원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사업을 시작했습니다. 30년이 다 되어 갑니다."

-학생들한테 장학금도 많이 주시던데 기부라는 게 무주상보시라 대가를 바랄 순 없지만, 그래도 감사편지라도 보내오는 학생이 있던가요?

"예, 시설 아동이나 장학생들에게서 많은 편지가 옵니다. 저는 편지 내용보다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학생으로 성장해서 더 기쁩니다."

-지난 2월 코로나 1차 유행 때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큰 고충을 치르셨는데, 병원 폐쇄로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을 텐데도 오히려 경남도와 창원시에 거액을 기부하는 통 큰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때 심정이 어땠는지 돌이켜보신다면?

"우리 병원은 경남 도민과 창원 시민이 키워준 병원입니다. 저도 어려웠지만, 우리 주위에 더 어려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되었을 때 수많은 시민이 격려해 주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현재, 이사장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내년 3월 개원 예정인 신축 병원일 것 같은데요. 원래 작년에 개원할 예정이었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이유가 뭐였습니까?

"예, 주거래은행에서 저희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공사가 2년 연기되어 올 12월 말 준공하고 내년 3월 2일 개원할 예정입니다. 그래도 주거래은행과 금융권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 하충식 한마음창원병원 이사장이 지난 23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 호텔 1층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하충식 한마음창원병원 이사장이 지난 23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 호텔 1층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지역에서 이렇게 큰 병원이 세워지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이 있으신지?

"의료계 100년 역사 중 개인이 대학병원보다 큰 병원을 짓는 것은 우리 병원이 처음입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지방대학을 나와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성실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운이 좋아 주위 많은 분의 도움과 묵묵히 자기 직무에 최선을 다해준 교수님들과 직원들의 도움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한 논란으로 얼마 전 전국이 시끌벅적했는데요. 신축 병원을 통해 지역 공공의료 기반을 다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신축 병원이 지역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밑그림이 궁금합니다.

"우리 병원은 관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도민에게 필요한 부분을 최선을 다해 제공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적은 비용으로 공공의료의 공백을 최대한 메워갈 것입니다. 저희가 마산시립요양병원을 위탁 받은 지 10개월도 안 되어 치매환자지원사업 전국 1위를 했습니다. 올해도 좋은 성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산시립요양병원과 기존 병원, 신축 병원이 약 1500병상이 됩니다. 이 병원을 잘 연계하여 공공의료의 공백을 최대한 막을 것입니다. 그리고 창원에는 우리 병원 말고 삼성창원병원, 경상대학교병원, 파티마병원이 있습니다. 이 병원들이 힘을 합하면 메디컬 시티(medical city)로 손색이 없습니다. 연간 경남에서 원정 진료로 2조 7000억 원이 유출됩니다. 4개 병원이 서로 힘을 합해 이를 최대한 줄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술로 아시아의 의료허브 도시가 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랜드 머큐어 호텔과 연계하여 의료 관광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받으실 정도로 이사장님의 기부 활동은 엄청난데요, 혹시 땅을 팔아서 기부하시는 건 아니신가요? (웃음)

"마음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나눔은 비움의 시작이 아니고 채움의 시작입니다. 10배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행복합니다. 저는 우리 병원이 이렇게 성장한 배경에는 나눔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제가 더 잘되려고 분에 넘치게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확신도 있습니다. 내가 잘 먹고 잘 쓰면 남 도와줄 게 없습니다. 아끼고 절약해서 도와줄 때 더 큰 의미로 되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건강 기사를 담당하다 보니 연세가 많음에도 젊게, 건강하게 사시는 분들을 보면 그분들의 건강 비결이 무엇일까 많이 궁금하더라고요. 이사장님께선 건강을 위해 어떤 생활을 하시는지?

"저는 매주 4~5시간 등산을 합니다. 그리고 매일 한 시간씩 집에서 근육운동과 스트레칭을 합니다. 체력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병원 사업이 잘 되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고요, 이사장님의 사회 환원 행보로 더 밝은 사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아! 추석인데 이사장님, 도민께 덕담 한마디 더 해주시죠.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서로 격려하고 위로해주시면 사회가 좀 더 밝아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도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위대한 민족입니다. 어려울 때는 서로 힘을 합해 극복했습니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도민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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