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키움 조례 처리 과정, 불통 탓에 몸살
존중·이해·설득·경청하는 모습 보여야

소통. 서로 뜻이 통해 오해가 없는 것을 일컫는 이 단어는 요즘 사람 관계에서 참 폭넓게 쓰인다. 부모와 자식 간 소통은 물론이고, 친구끼리의 소통, 세대 간 소통, 정치집단 간 소통 등 뜻이 통해야 할 곳은 한둘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든 소통되지 않으면 오해를 빚고, 마찰이 발생하고, 감정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이후 1년이 넘도록 고성군과 군의회가 대립을 이어온 청소년 꿈키움바우처 지원조례안이 마침내 지난 24일 군의회를 통과했다. 비록 2년 한시적이라는 조건이 달렸지만 상임위 부결 세 차례에 이은 4수 만의 도전 결과다. 하지만, 전체 의원 11명 중 의장을 제외하면 5 대 5로 첨예하게 나뉜 양론에서 의장이 찬성 쪽 손을 들어줌으로써 가결된 조례안이었기에 후유증 또한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의장 선거과정이 이번 투표에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 내 갈등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번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돌아보면 결국 여기에도 불통이 자리한다.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 이 조례를 두고 제대로 소통하지 못함으로써 그 결과를 누려야 할 군민들만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됐다.

조례안이 처음 의회로 넘어온 것은 지난해 7월이지만 청소년에게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은 지난해 1월에 시작됐다. 백두현 군수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지급계획을 밝히자 당장 의회에서 소통 문제가 제기됐다. '의회와 상의없이 언론에 먼저 터트린다'는 불만이었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가 늦어지고 금액이 조정돼 의회로 넘어온 조례안은 해당 상임위서 당연 '부결'이었다.

표면적으론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사실 집권 여당 소속 군수와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백 군수에게 '전국 최초'의 수당 지급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줄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의원들의 깊은 마음속에는 백 군수의 '일방독주'에 대한 반발이 더 컸다. 의원들은 계속된 조례안 부결은 결국 의회 부담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백 군수 지지세력만 키운다는 생각도 당연히 했다.

그럼에도, 조례 제정에 몽니 부리듯 반대하고 나선 데는 이른바 '군수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감정이 실렸다. 백 군수의 "이전 고성군 소통은 소주 한 잔 하면서 이것 줄 테니 이것 달라고 했던 것 같다"는 학부모들과 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정점을 찍었다.

다행이라면, 이번엔 집행부가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우려도 된다. 백 군수는 이번 조례 제정을 계기로 8∼12세 어린이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확대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의원들과 긴밀히 상의하겠다'지만 이전과 같은 방식의 소통으로는 또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소통은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로 상대를 설득하고 귀담아들을 때 의미가 발현된다. 더 나은 군-의회 관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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