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여러모로 우리 삶을 바꿔놓았다. 오죽하면 '가장 좋은 단결은 흩어지는 것'이라는 웃지 못할 반어법이 진실인 세상이 됐을까.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추석을 앞둔 풍경도 생경하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제발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한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위급하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을 어떻게 슬기롭게 보내느냐에 따라서는 지금 이 인고의 기간이 훨씬 길어질 수도, 고통의 세기가 줄어들 수도 있다.

진주시는 재난안전 문자로 "야야 올 추석에는 오지말거래이~"라고 보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함안군은 유튜브로 할머니들의 추석 인사를 전했다. "너그는 거 있거라. 우리는 괘안타. 용돈이나 넉넉하게 보내거라"는 '웃픈'(우습지만 슬픈) 이 시대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코로나 전염 예방과 방역을 위해 힘쓰고 있다. 명절이면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고 가족 친지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는데, 그게 없어지는 형국이다. 시골 노인들이 자식 손자 보고싶은 마음이야 굴뚝일 터이다. 햇밤이며 콩이니 햇곡식도 나눠주고픈 마음은 부모 된 사람의 인지상정일 터이다. 그런데도 오지 말라고 전화하고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지금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부 몰지각한 세력은 '음모론'을 제기하며 개천절에 서울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휴대전화를 끄고 참석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니 '정말 제정신인가' 싶다. 참석자 추적도 못하게 해 코로나19 확산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겠다는 사람들아! 명절인데도 집에 오지 말라고 하는 저 어르신들의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가?

부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추석을 보내고 1주일 후인 한글날 연휴 때에는 못했던 추석 인사를 다닐 수 있게 해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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