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앞두고 한가위 보름달이 휘영청 차오르고 있다. 예년 같으면 명절 기분이 한껏 달아오를 때지만 올해는 아무래도 조심스럽고 위축된 분위기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 이후 시대의 새 규범을 가늠하는 특별한 명절이 될 것이다. 대부분은 성묘와 고향 방문을 미루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충실히 지키면서 차분하게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수백만 인파가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민족 대이동 대신에 여행 대이동이 벌어질 태세니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광복절 집회 이후 폭증한 확진자는 이제 간신히 두 자릿수로 줄어들어 고비를 넘기는 중이지만 이번 연휴가 대유행에 또 한번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전염성이 워낙 높은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도는 현재로서는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 외에는 없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필요하고, 그간의 경과로 보아 언제 변종이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오로지 거리 두기로 나와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경기가 오그라들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하루하루가 버겁기 짝이 없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관광지 주민들은 반가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한 명의 손님이 아쉽기는 하지만 자칫 대유행으로 번졌다가는 경제생활과 일상이 아예 파괴될까 봐 겁이 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인간 이기심과 비이성적인 광기, 쾌락과 열광에 빠져 공동체적 삶의 규범을 경시하는 틈을 찾아가며 공격하고 있다. 나를 위하여 타인을 존중하는 합리적 개인주의에 따라 방역수칙을 지키는 곳에서 코로나19는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뉴노멀이란 새로운 규범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또 그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창궐할지 알 길이 없다. 다만 공동체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개인 욕망을 절제하지 않으면 인류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추석이야말로 나보다 공동체의 풍요와 따뜻한 나눔을 누리는 명절이다. 나는 괜찮다는 그릇된 이기주의를 버리고 나를 위하여 서로 지키고 돌아보며 즐기는 한가위 맞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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