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누운 주검 뒤늦게 발견
20여 일 방치 안타까운 사회상

창원시 한 연립주택 방바닥에 나란히 숨져 있는 모녀가 뒤늦게 발견됐다. 엄마는 52세, 딸은 22세다.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달리기하던 8월 어느 날, 모녀는 누가 먼저인지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았다. 초가을로 접어든 이달 초 모녀가 사는 셋방을 찾은 이는 집주인이었다. 집주인은 옆집 이웃으로부터 "심한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고 이상한 낌새를 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집주인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굳게 잠긴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7~8평 남짓. 한눈에 들어오는 방 한가운데 나란히 누운 모녀가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5일 오전 11시 3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연립주택에서 숨진 모녀를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는 '사인 불명'이었다. 부패가 심각해 사인을 알 수 없으며, 사망 추정일은 부검일로부터 20일 안팎이라는 것 외 특이점은 없었다. 밥솥에는 썩어버린 밥이 있었고, 냉장고에는 김치 등 밑반찬들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20㎏짜리 쌀 15포대도 있었다. 외부 침입도 타살 흔적도 없이 미궁에 빠진 두 사람의 사망 원인을 두고 추측만 무성했다.

죽음 이후 알려진 건 모녀가 이웃과 교류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모녀는 휴대전화조차 없었다. 딸은 어릴 때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13세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보육원에서 살았고, 경미한 정신장애를 앓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정도만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집주인이 민원을 받고 경찰에 신고한 것 외에는 모녀를 찾는 다른 신고는 없었다고 한다. 20일, 이들 모녀가 누군가로부터 발견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이번 모녀의 죽음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이 확산하면서 소외된 이웃들이 더욱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한다.

양영자 경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여러 행정·복지 기관이 있지만 이번에 드러난 모녀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코로나19 시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사례관리 대상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노력은 동사무소나 복지기관뿐 아니라 이웃이나 가족,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야만 이번같이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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