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지속에 끝없는 사투
연휴에도 선별진료소 향해
"힘든 순간 시민 응원 버팀
목마스크·거리두기 유지 절실"

내일(30일)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아무래도 '낯선 추석'을 맞을 테지요. 부모님 계시는 고향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가족 모임은, 고향 친구들은 만날까 말까 등등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코로나19 탓에 추석을 '거꾸로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선에 있는 창원보건소 관리의사 강명구(37) 씨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지난 25일 강 씨를 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만났습니다.

강명구 관리의사는 2012년 11월부터 창원보건소에서 일하고 있다. "고향에서 봉사할 기회가 생겨서 오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직업으로 의사를 선택한 계기를 "사람들에게 직접적이면서 빨리 도움을 주고, 고통과 불안을 줄이는 직업은 뭘까, 다른 사람도 만족하고, 나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일은 뭘까 고민한 끝에 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창원보건소는 상황실 7명, 선별진료소 5명 등 12명이 추석 연휴 때 비상근무를 한다. 그는 30일과 추석인 10월 1일 근무한다. 비상근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언제, 어디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비상대기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24시간인 셈이다.

▲ 강명구(왼쪽) 의사가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강명구(왼쪽) 의사가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의료진 스트레스 줄이는 프로그램 필요" = 지난 1월 20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고, 창원에서도 2월 22일 첫 환자가 발생했다. 그에게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었다.

"20세기 들어 전쟁 등 다른 요인 없이 바이러스 하나가 이렇게 전 세계를 뒤집어 놓은 건 코로나19가 유일하지 싶습니다. 육체적으로 따지면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이후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당시 두산공작기계와 신월고에서 다른 의료진과 하루 동안에만 2000명을 검사했는데, 검사를 마무리하니까 왼쪽 팔이 잘 올라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진정되는 줄 알았던 코로나가 순식간에 다시 확산하는 걸 보고 참 허무했습니다. 또 검사 대상자들이 제시간에 맞춰서 오는 경우가 많지만, 늦게 오신 분도 적지 않습니다. 검사받기로 한 분이 연락이 닿지 않으면 정말 난감하죠. 검사는 면봉 같은 걸 콧속으로 10㎝ 정도 찔러 넣는데, 성인들도 대부분 아프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5~6세 아이들 검사할 때가 제일 난감하고 힘듭니다. 힘도 세고, 울고 소리지르면……. "

보람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생들의 커피 선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에게도 다섯 살짜리 딸이 있다.

"한 달 넘게 보건소 직원들에게 점심 후원을 해주신 분을 보면서 보이는 곳에서, 안 보이는 곳곳에서 시민들이 의료진을 응원하고 있구나 느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건넨 커피 선물상자와 손편지는 정말 감동이었죠."

그는 이 대목에서 코로나19 장기전 대비 차원에서라도 의료진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교대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의료진이 받는 '코로나19 스트레스'는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전화로 상황실 직원들에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협박과 폭언도 수시로 합니다. 저처럼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이들은 감염 우려로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기도 하고요. 한여름 방호복 탓에 호흡 곤란, 구토, 어지러움 등을 호소한 의료진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장기전에 더욱 철저하게 대비하려면 심리 치료를 포함해 의료진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건강을 유지하고자 이틀에 한 번 30분가량 유산소 운동을 하고,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면서 최대한 많이 걸으려고 한다고 했다.

창원보건소는 최근 컨테이너형 선별진료소를 설치·운영해 의료진과 검사받으려는 이들의 부담을 많이 줄였다. 이 선별진료소는 글로브 월(장갑 부착형)을 활용한 비대면 승차검사(워킹 스루 방식)로 운영되는데, 검사자와 대상자 접촉을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이 선별진료소가 마련되면서 기존 음압텐트 선별진료소 땐 40분이던 진료 간격이 3~5분으로 크게 줄었고, 무엇보다 의료진이 보호복(레벨D)을 입지 않고도 진료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창원보건소는 지금까지 코로나19 검사 7358건(9월 25일 현재)을 했다.

▲ 창원보건소 직원들이 25일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추석 고향방문 자제 홍보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창원보건소 직원들이 25일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추석 고향방문 자제 홍보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생활방역 철저 속 백신 개발되면 내년 봄쯤 종식 가능성" = 코로나19가 언제쯤 종식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는 "입증된 사실 외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내년 봄쯤에는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나타냈다.

"많은 제약회사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일부 백신은 임상 3상까지 간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곧 백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종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해서 생활방역,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일상화 등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내년 봄쯤에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는 끝으로 조금만 더 의료진과 관련기관을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모든 분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8개월 넘게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중증 확진자도 줄고 있고, 전염 속도가 감소하는 점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추석도 시민들이 생활방역을 잘 준수한다면 대규모 확산 없이 넘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관련기관에서 신속한 조치와 감염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믿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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