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남해 해양강국 명성
고목숲·내산리고분군 눈길
선사시대·임진왜란 흔적도

당항만은 고성군 동해면과 회화면 사이 육지 쪽으로 아주 길게 뻗어 들어간 바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과 고성군 동해면을 잇는 동진교 아래 좁은 물길이 큰 바다로 나가는 유일한 물길이다. 이런 지형을 활용해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당항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마암천과 구만천이 만나 바다로 흘러드는 하구를 지나면 곧 왼쪽으로 당항만둘레길 해상도보교가 보인다. 150m 다리를 건너면 회화면 당항포 포구다. 2019년에 만들어진 당항만둘레길은 마암면에서 바다 건너 당항포 관광지까지 이어진다. 해상도보교 중간에 커다란 거북선 조형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당항포해전 승전지라는 뜻을 담아 만든 것이다.

▲ 가을논과 당항만.  /이서후 기자
▲ 가을논과 당항만. /이서후 기자
▲ 당항만둘레길 해상도보교.  /이서후 기자
▲ 당항만둘레길 해상도보교. /이서후 기자

마동호 방조제를 지나고부터가 동해면이다. 그대로 당항만을 왼쪽에 끼고 해안도로를 달린다. 가을빛으로 물든 계단식 논이 바다로 이어지는 풍경을 따라 가면 동해면소재지 해안이다. 바닷가 제법 넓은 접안 시설에 차를 댄다. 이곳에서 보는 바다는 묘하게 잔잔하다. 접안시설에서 빠져나와 큰 조선소를 하나 지나면 검포마을이다. 검포마을 숲은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산책 명소다.

300년 전 마을에 정착한 김해 김씨와 밀양 손씨가 서어나무 30그루, 팽나무 2그루를 심어 만들었다는 숲이다. 하천을 따라 바다 방향으로 300년 고목들이 길게 이어졌다. 그 나무들 아래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면서도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매력이다.

마을 숲 옆으로 동해초등학교, 동해중학교가 이어진다. 동해중학교 바로 옆 도롯가 실내포장마차 문앞에 납작한 바위가 하나 있다. 고인돌이다. 지금처럼 도로가 나기 전 그 자리에 초가집이 있었는데, 집 마당에 있던 것이라고 한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인간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 도롯가에 초라하게 놓여 있어도 어떤 엄숙함이 느껴진다.

고인돌을 지나 마을을 빠져나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곳에 내산리고분군이 펼쳐졌다. 고성은 고대로부터 남해를 낀 해양강국이었다. 특히 내산리고분군 지역은 바다를 통해 외부에서 고성으로 이어지는 관문이다. 연구자들은 이 고분군이 관문을 지키던 지역 귀족들의 무덤이라고 추정한다. 무엇보다 내산리고분군은 봉분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주변으로 논밭과 이어져 있고, 전체 지형이 가파르지 않아 마음을 늦추고 천천히 거닐기 좋은 자리다.

내산리고분군에서 다시 당항만을 따라 해안도로를 달린다.

▲ 검포마을 숲.  /이서후 기자
▲ 검포마을 숲. /이서후 기자
▲ 검포마을 고인돌.  /이서후 기자
▲ 검포마을 고인돌. /이서후 기자

아기자기한 마을을 몇 개 지나고 나면 유명한 소담수목원이다. 성만기 원장이 고향 땅을 사들여 40여 년을 꾸민 숲이다. 숲 속을 천천히 거닐다 조금 지치면 수목원 안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한잔해도 좋다.

수목원에서 나와 조금만 더 가면 동진교다. 300m 조금 더 되는 이 다리는 가운데가 약간 볼록한 모양이다. 그래서 진전면에서 동해면으로 넘어갈 때 다리 중앙에 이를 때까지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중앙을 넘어서면 헉, 하고 멋진 바다 풍경이 나타난다. 동진교를 끼고 창원 진전면에서 동해면까지 이어지는 국도 77호선 해안도로 구간은 2006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동진교에서 동해면 해안도로를 따라 몇 분 정도 달리면 해맞이공원이 나온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절벽 위에 있다. 주차장도 있고, 깨끗한 최신식 화장실도 있고, 고성을 상징하는 공룡 조각도 있다. 절벽 끝으로 덱이 잘 만들어져 있어 다양한 방향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이곳에서 보이는 넓고 잔잔한 바다에서 양식장 하얀 부표가 가득하다.


동해면에서 만난 사람들

◇성만기 소담수목원 원장 = '숲속의 집.' 모바일 지도앱 카카오맵에 달린 소담수목원 속 카페에 대한 이용자 평가 중 하나다. 고성군 동해면 외산리 50-1번지에 있는 소담수목원은 성만기(74) 원장이 운영하는 개인 소유의 수목원이다.

42년 전인 1978년, 허허벌판이던 동해면 산자락에 있는 땅을 사들여 지금의 수목원을 차렸다. 30만 평에 달하는 외산리 숲에 조성된 수목원 규모는 약 3만 5000평. 대한항공에서 수석 사무장과 상무이사로 재직했던 성 원장은 항공사에서 30년간 일하던 때부터 수목원을 운영하다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지구를 300바퀴 이상 돌았다는 그가 고성군 동해면에 수목원을 차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사람은 문화를 먹고산다. 나는 문화 중에서도 식물원과 수목원을 좋아했다. 꽃과 나무를 키우면서 살아가기 좋은 곳이 어디일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좋고 조용한 동해면 외산리에 터를 잡게 됐다. 고성군 동해면은 내 고향이다. 바다가 보이고 산이 보이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여기에 터를 잡은 건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 원장은 수목원 안에 집을 짓고 살면서 소담수목원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기 전까지 카페에는 평일에만 40~50명이, 주말에는 수백 명의 손님이 찾아왔다고 한다.

인구 2만 6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에 세워졌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발걸음 하게 하는 곳이 소담수목원이다.

"카페 안 공간을 내가 직접 꾸미고 설계했다. 우리나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 중에 이렇게 카페를 꾸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수목원에 지은 집도 그렇다. 잘 꾸며서 잘살고 있다. 어렵게 살아왔는데 그게 하나의 재미였다. 지금까지 잘 놀면서 인생을 산 것 같다."

◇엄현수 해맞이 카페&펜션 대표 = 고성군 동해면 내산리 해맞이공원은 도내 대표 해돋이 명소다. 나무 툇마루(덱)로 길이 잘 정비돼 있고 전망대, 정자, 공룡조형물 등이 있어 휴식을 취해도 좋다. 해맞이 카페&펜션은 해맞이공원 근처에 있다. 엄현수(33) 대표가 약 10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엄 대표가 이곳에 카페와 펜션을 차린 이유는 드넓고 잔잔한 바다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드라이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지금은 카페, 펜션이 많지만 당시에는 삼강엠앤티밖에 없었다. 이곳에 펼쳐진 바다는 파도가 덜하고 잔잔한 편이라 바다를 바라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의 말마따나 카페에서 바라본 바다는 호수처럼 평온해 보였다. 잔잔한 물살을 헤치고 나가는 어선, 하얀색 스티로폼 부표가 둥둥 떠 있는 양식장, 이 모두가 조화를 이루어 한 편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 대표는 특히 해가 뜰 때 풍경이 멋있다고 했다. 그는 "1월 1일 해맞이 행사가 열리면 새해 일출을 보려고 인파가 몰린다"며 "해가 떠오르면서 주변을 붉은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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