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음성 활용한 바둑판
상대방 수 좌표로 알려줘
스티브 잡스 같은 창업 꿈

초등학생 때 장애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진주 문산중 장슬기(1년) 양은 제대로 취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보고 안타까웠다.

슬기 양은 자신이 어릴 적 아빠에게 배웠던 '바둑'이 생각났다. 바둑은 공간적인 제한이 덜해 시각장애인도 즐길 만한 취미 생활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흩어지지 않는 시각장애인용 바둑'이다.

슬기 양은 경남테크노파크가 주관한 '2020 경남 과학기술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시각장애인용 바둑을 출품해 우수상을 받았다.

▲ 시각장애인용 바둑을 고안한 진주 문산중 장슬기(1년) 양이 바둑을 두며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찬우 기자
▲ 시각장애인용 바둑을 고안한 진주 문산중 장슬기(1년) 양이 바둑을 두며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찬우 기자

우선, 바둑돌엔 볼록한 점이 있어 둘을 구별한다. 점자가 느껴지면 흰 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면 검은 돌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바둑판도 제작했다. 손을 더듬다가 돌이 흩어지지 않도록 만든 바둑판 홈에 돌을 끼우면 된다. 바둑알과 바둑판에는 자석의 S극, N극을 이용해 웬만한 충격에는 흩어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바둑알을 놓는 문제는 좌표를 이용해 해결했다. 바둑판 아래쪽에는 접촉센서를 달아 자신이 놓거나, 상대방이 놓은 좌표를 스피커로 알려준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X축과 Y축을 통해 바둑돌이 어디에 놓였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다.

슬기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발명동아리에서 활동을 해왔다.

진주 무지개초교 재학 당시 '리틀 뉴턴 포에버(Little Newton Forever)' 소속으로 '2019 대한민국 학생창의력 챔피언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았다. 올 8월에도 독서를 하다 책이 덮여도 읽던 쪽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페이지 넘김 방지! 책 잡는 책갈피'를 발명해 '제33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장상을 탔다.

▲ '흩어지지 않는 시각장애인용 바둑' 도안.  /주찬우 기자
▲ '흩어지지 않는 시각장애인용 바둑' 도안. /주찬우 기자

슬기 양은 "어릴 적 배운 바둑과 시각장애인의 취미생활을 접목한 아이디어로 수상해 기쁘다"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 가족과 동아리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흩어지지 않는 바둑판'을 이용해 시각장애인이 공간 지각 능력, 상상력, 창의력도 키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공모전에 슬기 양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슬기로운 과학생활'이라는 팀 명으로 출품했다. 최근에 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본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그는 의사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스티브 잡스를 좋아해 '스타트업 CEO'가 되고 싶다는 야무진 목표도 있다.

슬기 양은 "아픈 사람이나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차별 없고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재능을 사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가 일상이 된 시대에 슬기 양이 던진 '신의 한 수'가 시각장애인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길 기대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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