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함께걷는발달연구소, 7년째 발달장애아 사회성 교육…협동조합 준비
하동 구름마, 그림책 교육·공공미술 기획…지명 유래·설화·특산물 접목

주위를 살펴보자. 곳곳에서 보석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회적기업은 영리와 함께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의 보석'이다.

문화예술·교육단체 등 겉으로 보면 특별할 게 없을 것만 같은 곳이 지역사회를 반짝이게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 모두의경제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5회에 걸쳐 도내 사회적기업을 소개하고 경남사회적경제 성과 등을 살펴본다.

이번에는 교육·문화예술 업종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 중 사업활동의 사회적 가치 지향성이 뛰어난 도내 기업 2곳을 만났다. 얼핏 보면 두 기업은 아동 교육을 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업체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애 바라보는 인식 바꿔요

"갓난아이 시절부터 만났던 아이가 청소년이 되는 모습을 지켜봤던 저에게 그 아이들은 단순히 '환자'가 아니었어요."

김소형(사진) 함께걷는발달연구소 대표는 소아물리치료사로 11년 가까이 일하며 신체 불편한 아이가 청소년이 되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치료는 김 대표의 영역이기에 각종 재활교육은 진행할 수 있지만, 재활에만 집중하다 보니 사회성, 배변훈련 등 성장기에 어느 정도 완성돼야 할 교육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오지랖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고민과 가치관, 철학을 공유하는 팀원을 모아 함께 걷기 시작했다. 올해 7살이 된 함께걷는발달연구소(창원시 의창구 사림로 63)는 그렇게 시작됐다.

▲ 함께걷는발달연구소 선생님의 몸짓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는 아이들.  /함께걷는발달연구소
▲ 함께걷는발달연구소 선생님의 몸짓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는 아이들. /함께걷는발달연구소

"몸이 불편한 아동에게 발달 위주 치료만 하다 보니 가정에서 받아야 하는 기초적인 사회성 기르기, 배변훈련 등의 시기를 놓치는 아이들도 있어요. 연구소는 그런 아이들에게 치료는 물론 사회에 나아가 한 명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함께걷는발달연구소는 2013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 선정과 이듬해 예비 지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13년도 우수 창업팀 선정, 2016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함께걷는발달연구소는 장애 아동에게 사회서비스 교육을 제공하면서 장애 아동 중심의 교육·재활을 가족·지역 중심으로 관점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수·재활교육, 특수체육, 부모상담, 진단평가사업 외 최근에는 각종 신규 프로그램 시범운영으로 장애 아동의 교육프로그램 다양화를 선도하고 있다.

장애인의 사회 진출, 취업 연결고리 등을 고민한 끝에 2018년 3월부터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바리스타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 장애 인식 개선,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목표로 시작돼 호응을 얻고 있다.

▲ 김소형 함께걷는발달연구소 대표가 거동이 불편한 아동의 교육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 김소형 함께걷는발달연구소 대표가 거동이 불편한 아동의 교육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함께걷는발달연구소는 발달 장애인 관련 사업을 하는 양산시 예비 사회적기업 '비컴프렌즈', 창원시 사회적기업 '희망이룸' 등 도내 6개 기관과 사회적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각자가 자신있는 분야에서 장애인에게 더 큰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두고 있다.

"병원에서 5개월 때 만난 친구가 13살이 돼 초경을 할 때, 성장을 북돋고자 초경 파티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그런 기분을 느껴요. 연령대가 다양해지는 만큼 생애주기형 적정교육 등도 준비하고 있어요. 남녀노소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말이죠."

◇지역민과 하동 문화 꽃 피워요

구름처럼 천천히 떠다니면서 여행하듯이 재미있게 살아보자는 뜻에서 붙인 이름 구름마. 이혜원(사진) 구름마 대표는 서울에서 왔다. 그림책 작가가 본업인 그에게 하동은 예술적 영감을 주는 곳이었다. 후배인 이승현 전 대표를 이어 대표직을 맡은 이 대표는 문화예술에 하동 특산물, 하동지역의 설화 등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리산 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하동군 악양면 악양동로 176)는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사회적협동조합 정식 인가를 받았다. 2016년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거쳐 2018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주요 사업은 △그림책 기반 교육 △지역문화 브랜딩 △스토리텔링이 곁든 공공미술이다.

▲ 구름마가 지난해 진행한 생활목공반 수업. 참가자들이 나무 깎기에 집중하고 있다. /구름마
▲ 구름마가 지난해 진행한 생활목공반 수업. 참가자들이 나무 깎기에 집중하고 있다. /구름마

"그림책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교육을 하고 있어요. 마을 이야기를 잘 아는 어르신들이 지명 유래, 이 곳에 얽힌 설화라든지 옛이야기들을 그림책 시리즈로 묶은 게 인기도 좋고 어르신들도 재밌어하더라고요."

2017년 그림책 만들기 수업이 참가자 만족도가 높았기에 2018년부터는 하동 어르신 평생교육으로 기획해 지금까지 그림책 5권을 냈다.

구름마는 올해 지역문화 브랜딩을 위해 섬진강, 지리산 등 지리적 특성과 배경을 주제로 '섬진강 힐링예술 극장'을 만들었다. 섬진강 힐링예술 극장은 평사리 공원 백사장에서 영화를 즐기는 섬진강바람 영화제, 하동 특산물 야생 차를 주제로 국악과 전통 춤, 민요 등 무대를 선보이는 찻자리 콘서트 등으로 구성됐다.

▲ 이혜원 구름마 대표가 하동 악양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 이혜원 구름마 대표가 하동 악양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공공미술 구상도 하동지역 산의 전설에서 출발했다. 오래된 마을에 벽화를 그려 생기를 북돋우는 그런 도시재생사업이 유행인데, 이 대표는 벽화 느낌을 주면서도 뭔가 색다른 공공미술을 하고 싶었다. "악양에 바위가 많은 데다 구제봉, 형제봉에 얽힌 전설도 있어 이런 전설로 암각화를 새기면 어떨까 싶어 바위 깎아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했는데 어르신들이 '새롭다'는 반응을 보였었죠."

올해 추진한 사업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되거나 제한적으로 시행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과도기를 지나 더욱 단단해져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당장 목표는 올해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 마을 공방을 설치하는 것이다. 악양문화생활센터 근방에 카페, 유튜브 스튜디오, 로컬 농산물 판매대, 꽃집 등이 모여있는 지역 문화공간을 꾸미고 있다. 이름도 구름마가 위치한 축지마을의 옛명인 둔이마을에서 가져온 '둔이'로 정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팝업·아트북을 만든 적이 있는데 프로그램 중 가장 정신없었지만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꼭 행사라는 거창한 일 말고도 마을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둔이'가 완성돼 구름마가 조금 더 지역 친화적인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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