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추석맞이에도 연대를
"응원·격려 속에 싸울 힘 생겨"

현장과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추석은 또 다른 고통이다. 그럼에도, 도내 곳곳에는 그 고통까지 감내하며 투쟁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사회의 문제'로 확장되길 바라는 이들. 추석 연휴 밝게 뜬 보름달을 보며 어떤 소원을 빌까.

#한국공작기계 노동자 3명은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공작기계 전 소유주가 한국머신툴스로 이름만 바꾼 사업체를 설립, 공장을 임대해 사업 중이라고 주장했다. 무늬만 바뀌었을 뿐 소유·경영은 그대로인, 영업 양도·양수 관계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는 '영업의 양도가 이뤄지면 양도기업의 기업-노동자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양수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돼 있다. 한국공작기계 노동자들은 "노동자 고용만 배제된 위장폐업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일반노조 경남에너지 중부고객센터지회 해고노동자 이관희 씨는 외로이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노조 설립과 파업을 주도해 일터에서 해고됐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정하고 원직 복직을 명했다. 그러나 사용자는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으로 어깃장을 놓고 있다. 이 씨는 원직 복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진주 경상대병원 미화·보완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을 소망한다. 이들은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화 지침에 따라 일찌감치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년 계약도 모자라 이제는 3개월 쪼개기 계약으로 내몰린 노동자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파업에 나선 이들은 경상대병원을 향해 외친다. "정부 방침 회피하지 말고 즉각 정규직 전환하라! 경상대병원은 꼼수를 부리지 마라."

#한국지엠창원공장 부품물류센터 소속 노동자는 사측의 일방적 폐쇄 통보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한국지엠 사측은 지난 2월 창원·제주 부품물류센터 일방 폐쇄를 통보했다. 이후 노동자 25명은 '싸워서 바꿔야 한다'며 금속노조에 가입, 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 차원의 밤샘농성·폐쇄 철회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대우조선 청원경찰들은 부당 해고에 맞선 원직 복직 투쟁을 2년 가까이하고 있다. 2019년 4월 1일 해고된 이들은 경남지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에서 판정을 번복했다. 노동자는 다시 사지로 내몰렸다. 청원경찰은 청원경찰법에 따라 사용주가 직접 채용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들은 중앙노동위 판결로 원칙을 무시한, 간접고용 길이 열렸다고 비판한다. 노동자들은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를 꿈꾼다.

#사천항공산단 내 지엔에이산업 하청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가 불러온 위기는 사회의 낮은 곳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에이산업 제품 생산을 도맡던 3개 업체는 매출이 줄자 폐업을 선언, 원청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문제는 업체에 속한 노동자들은 사실상 '불법파견' 형태로 일하고 있었다는 것. 이들은 말한다. "불법파견 바로 잡고 직접고용으로 함께 살자"고.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한 투쟁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길, 켜켜이 쌓였던 고통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부탁했다. "우리는 이겨야 하며 이길 것이다. 우리의 손을 잡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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