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부족해 고향 몰라"행자승 인상적
진정한 내 뿌리 찾는 결실의 계절 되길

만물이 풍성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으나 코로나19의 거리 두기 때문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방역 당국 요청이 계속 안내되고 있어 고향 가는 길도 머뭇거려지는 오늘을 살고 있다.

전국 고속도로가 북새통을 이루면서도 고향을 찾는 이유는 고향에는 언제나 반가운 얼굴들이 있고 정겨운 인정의 넉넉함이 있고 지난날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내 몸이 태어나 성장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누구나 갖게 되는데 내 몸에서 더 나아가 내 마음이 태어난 고향은 어디일까?

오래전 원불교 성직자가 되겠다고 출가하여 수학하면서 도반들과 함께 순천 송광사를 찾은 적이 있었다.

이제 고인이 된 법정 스님이 그곳에 계셨는데 우리 학생들과 좌담 시간도 갖도록 하고 미리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선발대로 송광사에 먼저 와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숙소를 살펴주는 행자승에게 무심코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행자승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풀이 죽은 조그만 목소리로 "아직 수행이 부족해서 고향을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속으로 웃으면서 "아니 마음의 고향 말고 육신이 태어난 고향이 어딥니까?" 했더니 환한 웃음으로 고향을 이야기한 기억이 새롭다.

마음의 고향! 내 마음이 태어난 고향이 어디인가? 종교 신자들은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의 성자가 태어나고 가르침을 편 곳을 마음의 고향으로 말하기도 한다. 신앙을 통하여 구습의 껍질을 벗고 새로운 정신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성자의 가르침에 감사와 경건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보아진다.

그러기에 기독교 신자가 예루살렘을 찾고 이슬람 신자가 마호메트의 자취를 찾아 메카를 순례하고 부처님 행적을 찾아서 인도 순례길에 나서는 불자들을 보게 된다. 원불교를 창건하신 소태산 대종사의 탄생, 구도, 대각과 개교가 이루어진 전라남도 영광에 있는 영산성지를 원불교 교도가 마음의 고향으로 순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아진다. 위대한 성자를 탄생시킨 고향도 마음의 고향이지만 진정 나의 뿌리인 마음이 생기게 된 '마음의 고향'은 어디일까? 원불교에서는 마음은 형상이 없어 모습을 그릴 수 없지만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표현하자면 '일원상'으로 모습을 그린다. 그래서 일원상을 '만유의 어머니'라고 성가에서 노래하고 있다. 우주만유가 태어난 바탕이라는 뜻이다. 그러하기에 원불교 교전에서는 일원은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요, 일체중생의 본성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일원상 진리 자리는 우주만유가 태어난 근본자리이며, 모든 성자가 깨친 마음의 자리이며, 아직 깨치지 못한 중생일지라도 누구나 본래 갖추고 있는 불성의 자리라고 말한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진정한 마음의 고향을 찾는 결실의 계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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