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일상에 불안·분노·우울
단단한 사회 만들기 다시 시작을

우리 일상이 변했다. 돌아보면 한순간이었다. 불현듯 퍼진 바이러스의 원인을 알 수 없다. 답답하다.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할지 자문해 보지만 대답을 내어놓기 힘들다.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꼬리를 물고 물어보아도 해답이 없다. 백신만이 해답은 아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막연한 내일이 마음에 쌓인다. 멈춰버린 일상. 많은 변화가 큰 불안감을 만든다.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자신도 모르게 답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찾아온다. 코로나19와 우울감이 겹친다.

'코로나 우울'일까. 자가진단 해보지만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소리다. 말하지 못한다. 안전 안내 문자로 찾아드는 감염 불안감이 있다. 주변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는 공포. 제한된 일상생활에 피로가 누적된다. 경제적 치명타는 하루하루를 고난으로 만든다. 매체를 통해 코로나 관련 절망적인 소식이 과도하게 전해진다. 고의적 방역수칙 미준수에 화가 난다. 위반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 생각하다 순간, 무기력증이 찾아온다. 일상의 무늬가 흩어진다.

코로나19의 안정과 확산의 반복처럼 감정의 그래프가 요동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연구팀이 2020년 8월에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1차 설문조사를 했다.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을 선택하도록 한 결과, 지난달 초 결과 대비 분노는 11.5%에서 25.3%로, 공포는 5.4%에서 15.2%로 모두 상승했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마주 보며 함께했던 일상의 관계가 온라인 속으로 편입된다. 의사소통이 더욱 문자화된다. 휘발성 대화가 영상으로 기록된다. QR 코드로 방명록을 남긴다. 비대면의 일상화에 적응이 필요하다.

반복의 결과는 익숙함이 된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화해야 된다. 하지만 쉽게 적응되지 않는 일상이 반복된다. 코로나19와 더불어 기술과 일상이 연결된다. 적응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코로나19와 작별을 하기까지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이 좋을까.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일상을 만들어야 좋을까. '내 안의 분노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방향 잃은 분노는 사회 곳곳에서 분출되고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슬픔은 원인이 분명하지만 우울은 원인을 알 수 없다. 코로나19와 함께 우리는 알 수 없는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고 있다. 세대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힘든 상황을 버티고 있다.

자꾸만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잡는다. 지금은 현재에 답이 있다. 방역당국의 수칙을 지키는 일. 불확실한 미래에 저당 잡힌 오늘을 되찾기 위해 '긍정'을 생각한다.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거울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날 선 시선을 거두자 또 다른 시야가 펼쳐진다. 그동안 묵인했던 사회문제들이 코로나19로 드러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와 계급과 계층의 균형이 필요하다. 개인이 해야 되는 일과 코로나19로 드러난 정부가 해야 되는 일이 분류된다. 불공정에 끊임없이 내었던 목소리들이 있다. 목소리가 만든 담론이 정쟁을 넘어 삶에 뿌리내려야 한다. 법 제정과 국민의식의 괴리를 좁혀나가는 일, 우리가 함께 단단한 사회를 만드는 생각을 다시 시작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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