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는 '가을맞이 가곡의 밤'에 대중이 즐겨 듣던 애창 가곡이었다. 요즘은 그 아름다운 선율을 듣기 어렵다. 다양하고 폭넓은 대중가요를 선호하는 이 세대 구미와 달라서일 게다. 이러나저러나 한국가곡의 지평이 좁아진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그 아름다운 예술성이 희석된 건 아니다.

'가고파'는 노산 이은상의 시를 노랫말로 김동진이 곡을 붙여 널리 알려졌다. 실향민과 유학생, 특히 합포만 마산 앞바다를 보고 큰 이 지역민에겐 유별났다.

김동진은 가곡에 뛰어난 작곡가인데 '내마음', '수선화', '목련화' 등 많은 명곡을 남겼다. 그가 지은 노래를 비롯한 한국가곡은 '겨울 나그네' 같은 감미롭고 주지적인 독일가곡과는 좀 다르다. 디 쿠르티스의 '돌아오라 소렌토로', 디 카푸아 '오 솔레미오' 등 이탈리아 민요풍이다. 이탈리아 특유의 낙천적 기질과 정열, 낭만이 느껴지는 선율은 우리 가곡에서 사랑, 이별, 슬픔, 그리움의 정한이 더해졌다.

가곡 가고파는 1933년 작곡되었다. 스무 살의 김동진이 또래인 이은상 시에 감흥 받아 금방 곡을 붙였다고 한다. 식민지 암흑기에 가고픈 곳이 고향 앞바다뿐이었을까? 잃어버린 조국, 피 끓는 약관의 그리움과 감수성이 이 노래를 낳았다.

그런데 잘 알려진 가고파 노래는 연시조 10연 가운데 앞 4연(전편)이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나는 왜 어이 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

'국민의 가슴속에 남을 곡'으로 평가 받은 이 노래는, 이후 40년이 흐른 1973년 작곡자가 남은 6연에 새로 곡을 붙여 '후편'으로 발표하여 전·후편 대작이 완성된다. 발표 당시 테너 김화용과 리틀엔젤스 합창단이 불렀던 감동 어린 화음을 들어 보라. 후편 도입부는 여린 스케르초 형태의 선율이다.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치고/물 들면 뱃장에 누어 별 헤다 잠들었지…//…처자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 된 사이…//일하여 시름없고 단잠 들어 죄 없는 몸에/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후편은 길고 통일된 노래다. 선율은 경쾌하면서 장중하다. 말로 설명이 어렵다. 가을이든 봄이든 계절을 맞이하며 듣고 부르고 싶은 노래다. 노래를 지은 두 분의 친독재, 친일 논란은 별개의 일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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