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마다 에너지 자립 실현…태양광·풍력으로 시설물 작동
정부, 경기 구리·성남 시범사업…스마트시티 결합해 수출 구상도

#ㄱ 씨는 며칠 전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을 냈다. 사실 낼 게 거의 없었다. 전기·수도요금은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집의 단열·기밀·창호 등 성능을 보강하니 난방에 큰 걱정이 없었고, 태양광 시설로 생산한 전기를 쓰니 낼 요금이 거의 없다. 화장실 변기는 빗물을 모아 쓴다. ㄱ 씨는 에너지 초절약형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보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집을 그린리모델링했다.

#ㄴ 씨는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한겨울이지만, 태양광으로 충전된 의자는 따뜻하다. 수소로 달리는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ㄴ 씨는 회사에서 창가에 앉는다. 회사는 여러 건물이 밀집한 도시 중심에 있지만, 그림자를 고려한 도시 설계 덕분에 햇빛이 잘 들어와 따뜻하다. 반대로 여름에는 바람길이 나 있어 창문만 열어도 크게 덥지 않다.

그린뉴딜의 장밋빛 미래를 상상한 모습이다. 정부는 차례대로 집과 건물을 고치거나 에너지 절약형으로 만들고, 도시 전체로 넓혀 '제로에너지시티'를 구상하고 있다.

◇친환경·저탄소 '도시'

정부는 '제로에너지도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 구리시 갈매역세권(79만 8000㎡)과 성남시 복정1(57만 8000만㎡) 공공주택지구를 제로에너지 도시로 만드는 기본계획안을 올해 6월 수립했다. 두 곳 모두 기본적으로 에너지 자립률을 20% 이상으로 설정하고, 지구 전체에 제로에너지건축과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도입한다.

계획안에는 주택 등 건축물과 공원·주차장·도로 등 비건축물의 전체 에너지 수요량을 예측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 가능 면적과 생산량을 계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리 갈매역세권에는 모두 6395가구, 성남 복정1지구에는 4388가구를 짓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1년 12월까지 공공주택 7949가구를 짓는 경기 수원시 당수지구(96만 9000만㎡)에도 제로에너지 도시화를 한다. 특히 조경 전담부서가 참여해 친환경·생태 중심 특화도시로 계획을 잡았다.

LH가 구상하는 '에너지 절약형 녹색 도시' 거리에는 태양광·풍력으로 작동하는 가로등·버스정류장·의자, 도로에는 전기차·수소차가 달리며 곳곳에 충전소가 설치된다. 아파트 단지에 태양광발전소를 갖춰 자체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고 꺼내 쓴다. 자전거도로와 공유시스템, 건물 사이 바람길과 그림자 분석 등을 적용한다.

LH는 제로에너지도시 표준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경기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인천시 계양 등 3기 신도시에 적용하고, 2025년부터는 모든 지구에 적용할 예정이다.

LH는 "그린리모델링·제로에너지건축 등 개별적인 변화만으로는 친환경·저탄소 사회로 바뀌는 데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시민의 생활양식을 바꾸는 도시 조성을 추진한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스마트 도시

정부는 그린 뉴딜로 에너지 절약형 도시 기반을 갖추고, 교통·방범·방재 등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스마트 시티'도 추진한다. 스마트 시티는 디지털 뉴딜 계획 중 하나다. 디지털-그린 뉴딜로 사업을 구분하지만, 서로 얽혀 있다.

스마트시티 계획은 부산시 '에코델타 스마트시티(국가 시범)'가 대표적이다. 시행계획안을 보면 △사람 △자연 △기술을 총망라했다. 지반 모니터링, 홍수예측, 교통사고 예방, 여가·쇼핑·문화 공간,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제로에너지주택단지, 원격진료, 전자정부, 스마트 신호등·도로 등 그야말로 도시 전체를 스마트하게 바꾸는 방향이다.

통영시 스마트타운 챌린지 계획안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전통시장 활성화, 운영·관리, 이용자 편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통영시는 빅데이터 정보·관리 플랫폼을 중심으로 △온라인 시세 확인·경매 △시장 내 온도·습도·미세먼지 관리 △이용자 수요 분석 등을 할 계획이다.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실시간 상품을 확인하는 시세 알림, 주차장 위치정보 서비스, 이정표, 냉장기능 물품보관함 등을 구축한다.

경남에서는 창원·진주·통영·사천·김해·밀양·거제·남해·하동 등에서 모두 4개 분야 11가지 스마트시티 사업을 정부로부터 선정받아 추진 중이다.

스마트시티에 '비즈니스 플랫폼'을 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는 정부·지자체 중심의 관제도시 성격이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주인공의 홍채를 인식해 좋아하는 맥주나 취향에 맞는 옷을 추천해준다. 시민에게 적합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하는 도시가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제로에너지도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스마트시티와 결합한 도시모델을 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주재영 LH 공공지원건축사업단장은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른 제로에너지도시·스마트시티 개념을 현재 LH가 추진 중인 각 나라의 기후와 환경 등에 맞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베트남(경제협력산업단지·사회주택), 미얀마(경협산단), 러시아(연해주산단), 쿠웨이트(압둘라신도시), 페루(스마트시티) 등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남방·북방 국가 신도시 조성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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