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MRO 사업 뺏어가려는 수도권에
을지문덕 장군 시 '만족하고 그만둬라'

서기 612년 수나라 양제는 110만 대군을 이끌고 2차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이때 고구려 장수 을지문덕은 살수대첩을 승리로 이끌면서 나라를 구했다.

이 전쟁에서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시 한 편이 유명하다.

을지문덕이 보낸 '유우중문(遺于仲文)'의 핵심은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란다(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에 있다.

이 말은 노자의 '지족불욕 지지불태(만족할 줄 알면 치욕 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에 근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경남과 사천이 항공정비(MRO)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잡고 공을 들여온 지 오래다. 지난 2017년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정부의 항공MRO 사업자로 선정된 후 이미 사천에 관련 산업단지도 조성 중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인천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행히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장기 검토 계속심사 안건으로 보류됐다.

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업 범위에 항공기 취급업과 항공기 정비업, 교육훈련 사업 등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 법이 원안대로 통과됐더라면 사천에 집중하기로 한 항공MRO 사업은 두 쪽이 날 것이다. 바라건대 '지족지지(知足知止·만족함을 알고 멈출 줄 안다)'해야 할 일이다.

다른 한 측면에서, 얼마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보고서를 내고 지역화폐가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나, 반대로 이를 저해하거나 상쇄하는 역효과·대체효과 역시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역화폐는 정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 가능하다고도 했다.

지역화폐 발행에 정부와 지자체 재정이 투입되는바, 올해만 9000억 원이 지출되리라 예측했다. 이 중 460억 원이 순손실이라고 추정하면서 지역화폐에 비판적인 견지를 보였다.

경제 3주체 중 정부, 특히 정부 재정정책을 단순히 손익의 개념으로만 평가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서울이라는 블랙홀을 막고, 인근 거대도시로 지역 재화가 빨려 들어가는 '빨대'를 걷어내려는 지역의 고단한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고서다.

이렇게 중심에 서서 주변을 바라봐서는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천공항공사법을 개정해 지방의 떡을 다 가져가고 떡고물만 남겨두겠다는 저런 법안이 발의되는 것이다.

'전승공기고(戰勝功旣高·전쟁에서 이겨 공이 이미 높다)'인데도 이를 알지 못한 채 멈추지 않은 우중문의 사례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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