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규모 차기 구축함 수주전서 개념설계안 유출 혐의 불거져…대우조선 노조 "재벌에 특혜"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해군 차세대 구축함 개발 사업에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현대중공업이 기술을 도둑질하고 군사 기밀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파기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7조 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에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뛰어들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기본설계 평가를 거쳐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보다 0.056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사실상 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이하 지회)는 23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해군)와 현대중·정부가 한통속으로 짜고 치는 사업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지회에 따르면 현대중 직원은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대우조선이 납품한 차기 구축함 개념설계안 등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 해군 간부 등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해군 간부가 KDDX 기밀 자료를 면담 장소에 두고 자리를 비웠고, 그사이 현대중 직원들이 자료를 찍어 갔다는 것이다. 2018년 군사안보지원사(옛 기무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해군본부와 현대중을 압수수색해 수사를 벌였다. 수사 후 군사안보지원사는 이들을 군 검찰과 울산지검에 각각 송치했고, 현재 일부는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가 23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방산비리를 규탄하며 대우조선 특혜 매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가 23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방산비리를 규탄하며 대우조선 특혜 매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지회는 "2018년 기무사 감사에서 현대중은 30만~40만 건의 군사기밀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파렴치한 도둑질은 2013년부터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지회는 현대중공업·국방부의 담합이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제안서 평가와 협상지침을 보면, 국가기밀 유출 등 위법 행위로 경고 처분 때 -0.5점, 형사처벌 -3점을 받는다"며 "지침대로 했다면 현대중은 대우조선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가 기준항목 중 '미보유 장비·시설 등에 대한 대책'에서는 대우조선이 현대중과 똑같은 장비·시설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회는 현대중 특혜가 결국은 대우조선을 현대 재벌에 거저 주려는, 불공정한 특혜 매각의 연장선에 있다고 봤다. 지회는 "차세대 구축함 우선협상자 선정 파기는 물론 대우조선 불공정 매각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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