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귀성 자제 분위기
제사용품 구매 발걸음 감소
횟집 예약·택배 주문도 끊겨
상인 "매출 작년 절반"한숨

"20년째 명절 제사상에 올릴 생선 사가는 단골이 올해는 3분의 1만 사갔다."

사천시 삼천포용궁수산시장 상인들은 추석 명절 대목 경기가 실종됐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23일 오후 2시, 시장은 한산했다. 예년 같으면 주차할 곳이 없어 기다렸지만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절반이었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은 선어와 활어, 조개류, 건어물, 채소 등을 판매하는 200여 개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

한 달 전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그나마 추석을 앞두고 조금씩 발길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꼭 필요한 제사용품만 구입할 뿐 한가위라는 이름에 걸맞게 푸짐하게 장만하지 않는 분위기다.

말린 생선을 주로 판매하는 한 상인은 "우리 가게에 늘 오는 대가족 손님이 있는데 작년 추석에는 서대를 25마리 정도 사갔지만 이번에는 10마리도 안 사갔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추석 때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면서 음식 장만에 필요한 씀씀이가 크게 줄었다. 시장 거리는 가끔 오가는 손님을 붙잡는 상인들 목소리가 절박하게 들린다.

▲ 추석을 앞둔 23일 오후 사천시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영호 기자
▲ 추석을 앞둔 23일 오후 사천시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영호 기자

돌문어 등 생물을 주로 파는 한 상인은 "오늘 오전 9시에 경매를 받아 왔는데 오후가 됐는데도 아직 한 마리도 못 팔았다"며 "오늘 한 마리라도 팔리려나 걱정"이라고 말하면서도 멀리서 다가오는 손님에게 눈길을 돌렸다.

시장 앞 횟집들도 빈자리가 대부분. 예년에 추석이 다가오면 명절 대목 장사에다 관광객도 많아서 2층까지 손님이 가득 찼다. 그러나 요즘은 단체 손님 예약이 한 건도 없다.

식당 주인은 "가을이 되면 관광버스를 타고 온 많은 단체 손님들이 시장에서 생선을 골라 우리 집에 오는데 요즘은 관광버스를 구경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삼천포지역 시내에 있는 삼천포중앙시장의 활어 판매거리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상인은 "시장이 북적북적해야 명절 분위기가 나는데 손님이 너무 없어서 기운이 안 난다"며 "매출이 작년 절반도 안 된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또 준다고는 하는데 정말 안 받고 싶다"고 했다.

추석 선물용 택배 물량도 많이 줄었다. 아이스박스는 곳곳에 쌓여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활어를 다듬어 포장을 주로 하는 한 상인은 "작년에는 제때 전화받기가 어려울 정도로 주문이 많았는데, 요즘은 전화벨 소리를 듣기 어렵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정말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리 추석 장을 보러 온 강수길(62·진주시) 씨는 "이번 추석에는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 아들과 손자가 생선회를 좋아하는데 택배로 보내주려고 왔다"면서 "명절 하루 전에 꼭 회를 뜨려고 삼천포에 오지만 다음 주에는 오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에 삼천포 수산시장 상인들은 다음 주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남은 장날과 이번 주말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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