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굴말마을 벽진 이씨 보존
김장철 채소 물가 등 담겨 눈길

'이곳은 고초금이 말할 수 업서니 장에 무군 고초가 헐타 하니 좀 사가지고 오시얍(이곳은 고추값이 말할 수 없이 비싸니 장에 묵은 고추가 싸다고 하니 좀 사가지고 오십시오)'.

창녕군 부곡면 굴말마을 벽진 이씨 고택에 일제시대 물가가 적힌 엽서 등 당시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는 편지들이 보존돼 흥미를 끌고 있다.

고택 소유주인 이선민(74·부산 거주) 씨는 "고택에 고문서가 많았는데 3년 전 도둑이 들어 없어진 자료가 많다"며 "윗대 어른들이 주고받았던 채소 물가, 부동산 가격이 담긴 내용이랑 연애 편지들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삼촌이 형에게 보냈던 편지엔 창녕엔 고추값과 무값이 많이 비싸다며 부산서 배추를 사뒀다가 배에 싣고 창녕으로 가져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아모리 살피보아도 구포는 짐장이 기하고 부산(釜山)은 무시는 헐으나 뱁차는 매피기 십전이상(十錢以上)이니 무시는 이곳에서 바다나 뱁차는 세게덜에서 미리 바다두엇다가 오실적에 배에 언저오시면 조흘떳(아무리 살펴보아도 구포는 김장이 귀하고 부산은 무는 싸지만 배추는 몇 포기에 10전 이상이니, 무는 이곳에서 받으니 배추는 미리 받아뒀다가 오실 때 배에 얹어 오시면 좋을 듯)'.

▲ 창녕 굴말마을 벽진 이씨 고택에서 보존 중인 일제시대 물가가 적힌 엽서. /이선민 씨
▲ 창녕 굴말마을 벽진 이씨 고택에서 보존 중인 일제시대 물가가 적힌 엽서. /이선민 씨

이 씨는 편지가 1945년 이전에 쓰인 것으로 추정했다. 날짜는 우편 직인에 11월 29일이라고 쓰여 있어서 김장철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그 시대엔 남자들이 김장 장보기에 주체적으로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이 편지 말고도 부산에서 복덕방 하던 윗대 어른이 50원짜리 집이 났으니 보러 오라는 편지도 있고, 만주로 떠난 여자분이 남자에게 만주가 살기 좋으니까 오라는 연애 편지도 있다"고 밝혔다. 당시 부산의 집 한 채 값이 50원 정도였던 듯하다. 만주로 떠난 여성은 왜 가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이 씨는 "현재 모든 고문서를 집에서 보관하고 있는데 한자로 쓰인 게 많아서 한자를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해독을 해봤으면 좋겠다"며 "문화재 가치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골동품 시장에 내놓을까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임현숙 갤러리디엠 관장은 "부곡 벽진이씨 고택에서 나온 자료들은 근현대 역사가 담긴 문화재 자료로 적잖은 가치가 있고 전시가 가능할 만큼 수량도 많다"며 "부곡 고택들을 지자체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스토리텔링하고 관리해 나가면 부곡의 멋진 볼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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