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작가 데이비드 장 전시회
내달 31일까지 갤러리 리좀

안에서 밖으로 뒤집힌 과자봉지 수십 개가 모여 4개의 '봉우리'가 됐다. 겉모양도 제조사도 크기도 다른 과자봉지들의 색감은 온통 은빛이다. 벌겋고 누렇고 파랗고 하얬을 봉지 덩어리, 그리고 겉모습을 안으로 숨긴 포장지들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색다름'이라는 제목이 달린 작품 이야기다.

미국 신진작가로 미술판에 알려진 데이비드 B. 장(44) 씨가 설치미술 작가로서 내놓은 작품들은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철판, 음료수 캔, 과자봉지, 나무판자 등을 재활용해 만든 것들이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 빌럼 데 쿠닝, 한스 호프만 등 미국 추상 표현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낸 이미지가 이번 작품에 담겨 있다. '요지'와 '착취'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들은 완성에서 다시 원소로 돌아가는 퇴화 과정을 근간에 두고 작업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불로 그을리고 잘라내고 덧붙인 작품 이미지들이 페인팅과 왁싱 작업을 통해 합성되면서 시간적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이미지 조합을 만들어냈다.

▲ 데이비드 B. 장 작 '착취 Exploit'.  /갤러리 리좀
▲ 데이비드 B. 장 작 '착취 Exploit'. /갤러리 리좀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있는 갤러리 리좀에서 이 근작들을 볼 수 있는 데이비드 B. 장의 개인전 'Systemic Force'(전신적 힘)이 열리고 있다. 작품 속에 움직이는 모양새를 표현하거나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는 예술 장르 중 하나인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작업을 주로 해온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산업용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해체하고 분해·변형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었다. 데이비드 B. 장 씨는 "사람들이 지구에서 살면서 완성했던 모든 것들은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그런 철학과 물성의 숙명이 나의 작업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31일까지. 갤러리 리좀(010-5949-6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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