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 착취 탓 사회문제 발생
노동 조건 개선은 우리 사회 개선

우리 사회 노동운동은 이기적인 활동으로 취급받고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노동운동은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 왔고 우리 삶의 개선에 이바지해 왔다. 과거 왜곡되고 비틀어진 근현대사 속에서 노동자 권리는 사회적으로 철저히 외면받았고, 경영자들은 일제에 빌붙어 노동자를 착취했으며, 해방 이후에도 달라진 바는 크게 없었다. 이승만 친일 독재정권과 약 30년 동안의 군사 정권 하에서 자본가들은 정권과의 유착을 통해 재벌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노동자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자살 등에서 보듯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았고 심지어, 노동자 파업에 대해 자본가 편에 선 정부는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탄압했다. 노동자 권리 주장은 경제발전이라는 논리에 묻혀 철저히 묻혀졌다. 객관적이고 중도를 지켜야 할 언론 역시 자본가의 편에서, 혼란을 가져온다는 핑계를 들어 노동자들 파업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또한, 외환 위기라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직접 고용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원칙으로 하는 노동법을 위반해 가며 비정규직법이라는 이상한 법을 만들었고, 기업의 단기 이익을 위해 약 20년이 지나는 동안 적은 돈을 줘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비정상적인 노동자들을 만들었다. 비정규직은 점점 증가해 왔고, 이제는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 소득 양극화는 외환 위기 이전보다 훨씬 심화되었다. 중산층은 붕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줄어들었고,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은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 야심 차게 추진된 최저임금 인상 정책 역시 철저히 경영자 편에서 외면받고 있다. 경영자들은 최저임금이 발목 잡는다고 하지만, 임금을 줄여야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기업은 없어지는 게 낫다.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발전으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수출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 노동력을 착취해서 그 차액으로 살아남으려는 기업은 없어지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자본주의 논리로도 옳다.

2012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1.1%의 성장률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유럽 국가들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한계 기업들을 시장에서 빨리 퇴출시켰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들은 대기업 부설 연구소 분석자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99%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 조건 개선이 삶의 개선이다. 여전히 비정규직들은 그들의 어렵고 힘들고 비참한 노동조건 개선을 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경영상 이유로 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된 바 있다. 과연 지금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현대인지, 50년 전 노동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한 전태일이 살던 시대인지 매우 안타깝다. 노동 조건 개선은 왜 이리 더딜까. 아마도 우리가 노동인권 감수성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인 상부상조 정신은 시대의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인간 된 도리다. 더는 비정규직 문제를 모른 체하지 말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