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 동의 얻어 상임위 회부
누더기 된 김용균법 교훈 삼아
핵심 내용 관철 전략, 과제로

현행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일컫는 '전태일 3법'을 놓고 국회 논의가 시작된다. 지난달 26일 노동계 주도로 시작한 전태일3법국민동의청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조건인 '30일 이내 10만 명 동의'를 달성했다.

◇개정 청원 =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은 한데 묶어 동의청원을 받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적용 기준을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의 60%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했다.

노조법에서는 '근로자'를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말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 등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자성을 외면받는 처지다.

청원 핵심은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도록 제11조를 개정하고, 특수·간접·플랫폼 고용 노동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 제2조를 개정하는 것이다. 이 청원은 19일 동의 10만 명을 넘겼다.

◇제정 청원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한 해 2400명의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을 반영했다. 원청 처벌·책임을 강화해 사업주 경각심을 높이는 취지다.

2008년 경기도 이천시 냉동창고에서 건설노동자 40명이 사망했지만 기업 벌금은 노동자 1명당 50만 원에 그친 사례에서 보듯, 산재사망자 1인당 기업 벌금이 평균 450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재범률이 97%에 달하고, 2017년 기준 위반 사건 1만 3187건 중 정식 재판에 넘겨진 경우가 613건(4.64%)에 그친 점도 청원 이유에 들어간다.

따라서 청원에는 '산재 사망사고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3년 이상 징역이나 5억 원 이하 벌금형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람이 다치면 5년 이하 유기징역과 1억 원 이하 벌금을, 산재 사망·재해가 나온 법인에는 2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자는 내용도 포함했다. 중대재해에 관리감독이 소홀한 공무원 책임자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주장도 있다. 이 청원은 22일 10만 명 동의를 받았다.

◇남은 과제는 = 근로기준법·노조법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룬다.

노동계는 10만 명 동의를 반기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국회가 '10만 명 동의'라는 데 일부 부담을 느끼더라도, 정치적 변화·입법화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정의당) 전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돼 통과하더라도 애초 취지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그 예다. 개정법은 본회의 과정에서 안전보건조치 위반 조항을 애초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완화했다. 노동부가 내리는 작업중지 명령 범위도 줄었다.

기존 법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가 전면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 법은 '동일한 작업'만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특히 개정법은 도급금지 작업에 발전소와 제철소·조선소 등 기계류 운용과 정비 등을 포함하지 않았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입법화와 함께 핵심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입법화 관련 집회가 어려워졌으니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본부는 24일 전태일3법 입법과 관련해 앞으로 일정과 투쟁사업장의 사회적 연대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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