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중 적정온도 유지 못해 질병관리청 일시 중단 조치
유료 접종은 예정대로 진행…병·의원, 예약 시민들 혼선

정부가 22일 예정됐던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일부 백신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뒤늦게 소식을 접한 시민과 일선 병원은 한동안 혼란을 겪었다.

질병관리청은 21일 오후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업체 유통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22일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튿날인 22일 오전 10시 브리핑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이날부터 접종이 예정됐던 13∼18세 어린이 대상 일부 백신 물량이 냉장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한 사례가 신고됐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접종 중단 소식에 도민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7세 아이에게 백신을 맞히려던 최모(39·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씨는 친구에게 문자를 받고, 뉴스를 확인하고 외출 준비를 멈췄다. 그는 "아침 일찍 맞히려고 아이를 일찍 재웠는데, 허탈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5세 아이를 키우는 박모(37·김해시 내외동) 씨는 김해시청에서 보낸 재난안전문자를 보고 접종 중단 사실을 알았다. 그는 "생애 첫 접촉이 아니면 22일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달력에 표시해뒀다"라며 "오늘은 아니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빨리 맞히려는 생각이었는데, 정확한 재개 시점이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 22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입구에 독감 무료접종 일시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22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입구에 독감 무료접종 일시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도내 병원에서도 혼선을 빚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한 소아전문병원 관계자는 "병원장과 직원들도 출근하고 나서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오전에만 7∼8명이 병원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돌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스를 접한 까닭인지 오후에는 백신 접종 건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직도 전화기는 불이 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접종할 수 있는지, 유료 접종은 되지 않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많아서다. 이 병원은 이날 무료 접종과 유료 접종을 모두 중단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했지만, 유료 백신 접종 가능 여부는 병원마다 달랐다. 창원시 성산구 한 소아전문병원은 "유료 접종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우리 병원은 유료 접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남도 생활방역추진단 관계자는 "22일 접종을 사전예약한 시민에게는 질병관리청에서 일괄 안내를 했다"면서 "재난문자 발송도 검토했지만 재난상황이 아닌 데다 차후 접종률을 떨어뜨릴 수 있어 중앙 방역당국과 도 차원의 문자는 보류됐다"고 밝혔다. 다만, 주 접종 대상이 아이들인 만큼 교육청에 상황 전파 공문을 보냈다.

또한 각 지자체에는 자체 판단에 따라 문자를 발송하도록 안내했다. 이날 진주시·김해시·사천시·산청군·함양군·의령군·창녕군·하동군 등 8개 시군이 재난안전문자를 보냈다.

도 관계자는 유료 접종 백신 안전성에 대해 "제약회사에서 각 의료기관으로 바로 보내는 물량"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어서 이상 없이 진행한다는 게 질병관리청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시작된 2회 접종 대상자에게 공급된 백신은 공급 경로가 달라 문제가 없다. 이미 공급된 백신은 약 2주간의 품질 검증 후 차례로 접종을 재개할 계획이다. 도내 무료 백신 접종 대상자는 9월 기준 129만여 명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