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근무 배정 오류에도 경위서 '나 홀로'제출 통보
정당한 육아휴직 앞두고 "감당 못해"불안감 조성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하 마산해수청)에서 지난해부터 간부공무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해양수산부가 조사를 벌였지만 가해자 징계는커녕 피해자만 보복성 괴롭힘에 시달린 정황도 드러났다.

<경남도민일보>는 해양수산부 공무원노조를 통해 지난해 4월부터 벌어진 직장 내 갑질·괴롭힘 사례를 입수했다. 노조에 접수된 조합원 ㄱ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당한 경위서 요구 = ㄱ 씨는 지난해 5월 운영지원과에서 항만물류과 민원실로 발령받은 직후 당직근무 통보 전화를 받았다. 당시 담당계장은 '민원실 직원은 숙직을 서지 않는다'고 말했고, 인사부서에 붙어 있던 당직근무 변경 명령에도 '부서 이동에 따라 ㄱ 씨를 숙직에서 뺀다'는 내용이 있었다. ㄱ 씨는 착오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퇴근했지만, 곧바로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고 그날 숙직을 섰다. 공식적인 업무 명령과 달랐지만 일단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ㄱ 씨는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당직근무 시작 시각인 오후 6시에서 30분 늦었다는 이유였다. 경위서는 앞으로 근무평가에서 불이익 처분이 있을 때 가중처분의 사유가 된다. 당직근무 배정에 오류가 있었다면 관련자 모두 경위서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당직근무 명령 결재권자로서 혼선을 빚게 한 담당과장 ㄴ 씨는 ㄱ 씨에게만 경위서를 요구했다. 부당하다고 여긴 ㄱ 씨는 본부 감사관실에 감사를 요청했지만, 감사관은 ㄱ 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당시 당직근무 명령에 모순이 있었지만 ㄱ 씨에게 사전에 당직근무 사실을 통보했고, 본인도 인지했다. 결국 ㄱ 씨의 완강한 거부로 경위서를 쓰지 않고 끝났던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 22일 오후 마산지방해양수산청 앞에 해양수산부 공무원노동조합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내건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신아 인턴기자 sina@idomin.com
▲ 22일 오후 마산지방해양수산청 앞에 해양수산부 공무원노동조합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내건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신아 인턴기자 sina@idomin.com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불안감 조성 = ㄱ 씨는 지난해 6월 육아휴직을 썼다가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7월 17일에 다시 육아휴직을 신청하게 됐다. 이를 두고 담당과장인 ㄷ 씨는 "나는 감당 못하겠으니 모르겠다" "ㄱ 씨가 복귀해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육아휴직 당사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 사례다.

해수부 감사관실은 지난 5월 ㄷ 씨에게 '경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마산해수청에 요구했다. 5급 이상 공무원 징계는 중앙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기에 마산해수청은 본부에 징계를 요구했다.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징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현재 본부의 징계처리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육아휴직 관련 발언은 징계 사유 일부에 불과해,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징계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보복성 징계 의혹 = ㄱ 씨는 두 번째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전인 지난해 7월 5일 한 업체와 업무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 당시에 원만히 해결됐지만 담당과장 ㄷ 씨가 뒤늦게 업체에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ㄷ 씨는 당사자인 ㄱ 씨에게는 통보하지 않다가 18일 운영지원과에 '민원 불친절 직원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일로 ㄱ 씨는 '구두주의' 처분을 받았다.

해수부 복무관리지침에 따르면 '구두주의'는 주의·경고 대장에 등재함과 동시에 당사자에게 말로 직접 전달해야 하지만, 당시 운영지원과장 ㄴ씨는 ㄱ 씨 집에 문서로 보냈다. 9월 1일 도착한 문서를 보고 ㄱ 씨가 ㄴ 씨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했고, ㄱ 씨는 '감봉' 처분을 받았다.

◇업무분장 관련 괴롭힘 = ㄱ 씨는 두 번째 육아휴직을 끝내고 원직인 항만물류과가 아닌 해양수산환경과로 복직했다. 감사관실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가 신고된 터라 담당 과장과 분리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옮긴 부서에서도 괴롭힘은 이어졌다. 담당과장 ㄹ 씨는 새로 온 ㄱ 씨에게 업무분장을 하면서 '서무'를 맡기려 했다. 이 업무는 해당 과에서 연차가 가장 적은 직원이 맡는 게 관례였고, 다른 주무관이 서무를 맡겠다고 자청했지만 ㄹ 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무 분장을 두고 갈등을 벌이면서 또다시 본부 감사관실 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ㅁ 계장은 ㄱ 씨에게 '우리 계가 우습게 보이냐'고 말했고, ㄱ 씨는 '언제 중요하지 않다고 했느냐, 계장님이야말로 우스운 말씀을 하신다'고 응대했다. 이후 감사관실 조사 과정에서 ㄹ 과장과 ㅁ 계장 진술만 인정됐고, ㄱ 씨는 '웃기는 계장이네'라고 말한 상황으로 왜곡됐다.

이 일은 ㄱ 씨가 감봉 처분을 받은 이유 중 하나가 됐다. ㄹ 씨는 업무분장 처리 지연으로 '주의'만 받았다.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서무를 막내가 맡는 것이 관례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라며 "마침 해당 부서에서 나간 직원이 서무를 맡고 있었고, ㄱ 씨가 잠시 지원 근무를 왔기 때문에 그렇게 조치한 것인데 당사자가 한사코 거부해서 일이 커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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