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대 중국비즈니스학과 편입해 언어 공부
중국 역사 제대로 배워 교류 기여하고 싶어

"평생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이젠 배우러 돌아왔네요."

35년간 밀양동명중학교에서 교직에 몸담았던 전직 교사 김수곤(63) 씨는 올해 2월 정년퇴임 후 만학도 생활을 시작했다. 창신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에 편입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올해 1학기 전 과목 A+ 학점을 받아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제자뻘 학생들 사이에서 열정적으로 공부에 매진한 결과다.

그가 중국어에 관심을 둔 시기는 지난 2007년이었다. 밀양 시내 고등학생들과 중국 역사기행을 하면서다. 사회 교과를 담당한 그는 학생들과 상하이·자싱·난징 등 항일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처음에는 버스 안에서 수학 교재를 보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에 흥미를 보이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그는 "역사기행을 다녀와서 부모에게 자신의 조상을 물어보는가 하면, 전교 1등 하는 아이가 역사 선생님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부모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웃었다.

아쉬움도 커졌다. 중국 역사전문가와 만나면서 매번 통역을 거치다 보니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중국어를 제대로 배워서 역사공부도, 역사기행도 더 매끄럽게 이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 김수곤 전 밀양동명중 교사가 18일 오전 이명애 창신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연구실에서 자신의 만학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창우 기자
▲ 김수곤 전 밀양동명중 교사가 18일 오전 이명애 창신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연구실에서 자신의 만학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창우 기자

그는 퇴근 후에 독학으로, 또는 평생교육과정을 들으며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퇴직하고 나면 곧바로 중국으로 유학 갈 생각이었지만, 이명애 창신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와 인연으로 이 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국내에서 1년 수업을 듣고, 나머지 1년은 중국 대학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같은 과에는 '만학도'로 같이 공부할 동기도 2명이나 있었다.

김 씨는 "'탄뎀' 수업 덕분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탄뎀은 각국 학생들과 문화를 교류하면서 언어를 배우는 학습 형태다. 매주 주제를 정하면 서로 자국 문화를 중국어로 설명하는 식이다. 원래 역사를 알려고 언어를 배우기로 했던 만큼, 그에게 딱 맞는 수업이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길어졌지만, 지난 14일부터 다시 현장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학교 정문 발열검사, 정보무늬(QR코드) 인증에 교직원 순찰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언어는 마주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로서는 부분대면 수업이 반갑다.

그는 "졸업하고 나면 중국과 한국이 교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잘 모르는 현지 안내인보다 중국 역사기행을 더 잘 이끌 수 있을 것이고, 중국 학생들에게 마산 민주화 유적, 함안과 밀양 독립유적지를 소개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100세 시대를 맞아 '만학도'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학생들과 같이 공부해보니 소외받는 게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퇴직한 사람들은 배움을 이어가고, 사회는 이들에게 다시 역할을 주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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