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맞는 추석일 것이다. 북적이는 대목장을 피해 가까운 곳에서 조금씩 필요한 것을 사는 첫 추석, 도로 위에서 몇 시간씩 차 안에 갇혀 가다 서다 하는 일 없이 조용히 내 집에서 보내는 첫 추석, 여럿이 모여앉아 전 부치고 튀김 하고 나물 무치던 예년과 달리 주문해서 받은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는 첫 추석, 영상통화로 화면 속 차례상을 보며 각자 선 자리에서 절을 올리는 첫 추석,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기고 인터넷으로 성묘·추모를 하는 첫 추석일 것이다. 각자에게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하지만 꽤 많은 사람에게 분명히, 올 추석은 전에 없던 추석이 될 것이다.

나는 이 낯선 추석이 앞으로 다가올 모든 추석과 또 모든 설을 바꿔놓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요란하게 장만하지 않아도 되는 간소한 차례상이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마어마한 양과 어마어마한 지출에 마음 단단히 먹고 나서야 하는 장보기, 누구도 즐거워하지 않으며 되레 싸움을 부르는 고된 가사 노동의 쏠림, 그 부담을 나누려 굳이 귀성 전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대이동에 합류해야 하는 시간 낭비, 연휴 내내 먹고도 남아 냉동실 구석에 처박힌 뒤 언젠가 먹어치워야 하는 숙제가 되는 명절음식, 그런 희생과 고통을 계속 반복하느니 정말로 차 한 잔만 올리고 절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다 함께 느끼기를 바란다. 그렇게 해도 조상님께서 눈앞에 나타나 차림새가 이게 뭐냐고 역정 내며 상 뒤엎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더라는 걸 확인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편안한 웃음이 피어나는 가족들 얼굴을 넉넉히 마주볼 때에 이것이 명절다운 명절이구나 하고 말하게 되길 바란다. 예는 결국 마음가짐이고, 죽은 자보다 산 자가 지금을 잘 살아내야 한다는 걸 마침내 깨닫기를 바란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언지 끝없이 묻고 있다. 올 한가위에도 말이다. 이제 답을 할 때다. 아니, 진즉 알고 있던 그 답을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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