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신문은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9월 16일 자 <한겨레>와 <조선일보> 기사를 들여다봤다.

<한겨레>는 창간 때부터 우리말을 지키고자 노력을 해 온 신문이다. 언론사마다 이름을 알 수 없거나, 공개되지 않은 사람을 지칭할 때 '김 모 씨', 'ㄱ 씨', 'A 씨' 등 규칙을 정하고 있다. <한겨레>는 인칭대명사 '아무개'로 통일하고 있다.

<한겨레> 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영어를 한글로 적는 것이다. '텔레그램 엔(n)번방'이라고 처음 쓴 후 기사에서는 '엔번방'으로만 쓰고 있다. 'K팝'도 '케이팝'으로, 'JYP엔터테인먼트'도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로 쓰고 있다. '허위 영상물(딥페이크)', '감경 인자(감경 사유)'라고 적어 어렵거나 낯선 단어를 쉽게 풀어 주고 있다.

하지만, 취재 분야와 기자에 따라 외래어·외국어를 쓰는 정도 차이가 크다. 16일 자 '항공권보다 비싼 항공사들 굿즈' 기사에서 '굿즈(기획 상품)'가 무엇인지 괄호 안에 한 번 설명한 이후, 굿즈가 바른말인 것처럼 계속 쓰고 있다. '유니폼 디자인', '스마트폰 케이스', '핀 버튼', '브랜드 이미지' 등은 우리말로 대체 가능한 외국어지만 그대로 쓰고 있다.

'트레블룰(자금이동규칙), 다크웹, 디파이, 멤버십포인트, 팬덤, 콘텐츠 파워, 피트니스센터, 아트페어, 힐링, 콘셉트 스토어(특화된 가게), 리모델링, 뉴노멀 시대' 등 <한겨레>에 실린 말도 기사에 따라 복잡하고, 어렵긴 마찬가지다.

신문 이름부터 한자어로 표기한 <朝鮮日報(조선일보)>는 제목에 나라·기관·공인 이름, 여·야 등은 한자로 적고 있다. '軍(군), 檢(검), 與(여), 野(야), 尹(윤·윤미향), 秋(추·추미애), 文(문·문재인)' 등이다. 16일 자 1면 기사 중 '美가 화웨이 때린 지 3년 '中 테크 굴기' 싹을 밟다'는 한자를 알아도 '미가'로 읽혀 자연스러운 글 읽기를 방해한다. <조선일보>는 '선거운동도 행사도 前妻와…이상직, 이상한 이혼' 제목처럼 '전처'를 한자로 적어 강조하고 있기도 한다.

<조선일보>는 '말모이 100년, 우리말 사전 특집' 기사를 꾸준히 보도하고 있다. 해당 지면에 '"18억 어절"'(부제-국립국어원, AI에 가르칠 대규모 한국어 자료 공개) 기사가 실렸다. 우리말을 살려 쓰자는 취지의 지면에 실린 12문장 짧은 기사에서 '홈페이지에서 공개했다, 빅데이터라 할 수 있다, 챗봇이나 AI비서가, 사이트에서 온라인 약정서를 작성하면,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메신저 웹문서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블로그와'라고 적어 외국어를 오히려 소개하는 오류를 보이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