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기 경상대 홍보실장 특강...불필요한 외국어 사용 지적
"밀려들어 오는 언어 홍수 속 언론이 문지기 역할 맡아야"

말과 글의 역할은 소통입니다. 우리는 소통이 잘 되고 있을까요? 12번으로 나눈 이번 기획은 10대 청소년과 함께 문제를 찾고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꿔 쓰는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입니다. 이 기획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의 지원으로, 한글학회 경남지회·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합니다.

언론에는 다양한 역할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말을 아름답게 지키는 것이다. 언론이 국민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일상에서 우리말을 훼손하는 현상이 만연하더라도 무엇이 올바른 우리말이고 무엇이 잘못 사용되는 말인지 구분해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남도민일보>를 포함해 많은 언론이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문제점을 찾고 그것을 서서히 개선하고자 한다.

◇정확성·소통성 중요 = 이우기 경상대학교 홍보실장은 지난 15일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언론 보도와 우리말'을 주제로 기자 교육을 했다.

이 실장은 경남일보에서 교열 기자로 일한 적이 있으며,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에서 선정한 '2018년 우리말 지킴이'의 한 사람이다.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를 펴낸 이 실장은 본보 지면평가위원이기도 하다.

이 실장이 지난 1년간 매달 제출한 <경남도민일보> 지면 평가서 내용 중 많은 공을 들여 지적한 부분은 '쓰지 않아도 될 외국어를 많이 쓰는 언론 보도'다.

'개그맨 김한율이 사회를 맡아 오프닝 및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문을 연다'는 '~공연의 첫 장을 열었다, 첫 무대의 어색함을 깼다'라고 바꾸면 한결 이해가 쉽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라는 문장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로 바꿀 수 있고, '리턴매치'는 '재대결'로, '플랜B'는 '차선책'으로, '1인 시위 피케팅 챌린지 릴레이'는 '1인 시위 이어가기'로 바꿔 외국어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랜드마크'는 '상징물'로 바꿔 쓸 수 있고, 더 나아가 순우리말인 '마루지'를 써도 된다.

이 실장은 "'노노케어'는 노인이 노인을 케어한다는 정도로 유추 가능하지만, '케어'는 무슨 뜻일까. 행정기관에서 이런 말을 쓰는 것도 문제지만, 언론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한글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지키지 않아 정확성이 떨어지는 기사도 소개했다. '공개 않는 해군'은 '공개하지 않는 해군' 또는 '공개 안 하는 해군'으로 써야 맞다. 동사를 관형사형으로 만들자면 어미(-하다)의 변화로 가능한데, 이때 어미를 생략하면 안 된다. '아랑곳 않는' 역시 '아랑곳하지 않는' 또는 '아랑곳 안 하는'으로 바꿔야 한다.

문장에서 빼도 상관이 없는 '~에 대해' 역시 기사에서 관용적으로 쓰고 있다. '기존 대출에 대해서는'은 '기존 대출은'으로, '역량에 대한 우수성'은 '역량의 우수성'으로 고쳐 쓰면 된다.

꾸미는 말 순서가 바뀌거나 빠져 기사 이해가 쉽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깨끗하고 안정적인 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적어야 맞다.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 지난 15일 이우기 경상대학교 홍보실장이 '언론 보도와 우리말'을 주제로 경남도민일보 사내교육을 하고 있다. /김신아 인턴기자 sina@idomin.com
▲ 지난 15일 이우기 경상대학교 홍보실장이 '언론 보도와 우리말'을 주제로 경남도민일보 사내교육을 하고 있다. /김신아 인턴기자 sina@idomin.com

◇외래어·외국어 사용 관대한 방송 = 방송 공공 언어 실태와 관련하여 이 실장은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을 뽑을 때 국어 시험보다 국적 불명의 말을 누가 잘 만들어 내는지 시험을 보는 것 같다"라는 말로 현 상황을 표현했다.

국립국어원은 2014년에 KBS1, KBS2, SBS, MBC, MBN, 채널A, TV조선, JTBC 등 총 8개 방송을 대상으로 '재난 방송 언어 사용 실태'를 점검한 바 있다.

지적된 문제점으로는, '추상적 표현'이 1609건(19%)으로 가장 많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외래어나 한자어' 1152건(14%), '추측에 근거한 표현' 1077건(13%), 자극적 표현 896건(11%)이 그 뒤를 이었다.

국립국어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하려고 과장 보도를 쏟아 내면서 방송 언어에 어긋나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특히 추측에 근거한 표현과 추상적 표현, 자극적 표현 등에 오용하는 결과가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방송언어특별위원회가 조사한 2015년도 지상파 TV의 외래어·외국어 사용 비율은 최고 37.5%(KBS2·MBC)에 달했다. 장르별로는 뉴스(39.4%), 예능(33.9%), 시사·교양(28.0%), 어린이(16.9%), 드라마(16.7%) 순으로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규정 제8절 52조는 '방송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경우,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 보도만 봐도 '스타트(출발), 피니시(도착), 레이스(경주·시합), 레코드(기록), 롤 모델(본보기)' 등 외국어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

이 실장은 우리말 쓰기를 강조하면서도 '단 하루라도 외국어, 외래어, 잡탕 말, 비틀어진 우리말을 쓰지 않고 살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모두가 표준어만을 사용한다고 해서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밀려들어 오는 언어 홍수 속에서 문지기가 있으면 대책 없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고, 문지기 역할은 개인, 민간단체, 국가, 학교보다도 '언론'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수/김정대 경남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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