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서 산림 활용한 경영체 육성·창업 지원
"인구·일자리 감소 등 문제 해결할 대안될 것"

"숲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팍팍한 사회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지요. '그루매니저'는 이렇게 산촌에서 꿈을 일구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말 그대로 매니저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거창에서 그루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한대수(65) 씨는 자신의 일을 소개하며 우리 삶에서 숲은 어떤 존재인지 되물었다.

"숲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내어 줍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숲이라는 존재 자체로 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흙과 나무, 풀과 동물…. 자연의 모든 것이 어울려 숲을 이루듯 인간들도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지요. 숲과 같이 숲을 닮아가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우리는 그루경영체라 부릅니다."

산림청은 2018년 4월 숲을 활용해 소득을 창출하고 사람 중심 일자리를 만들고자 산림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산림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는 산림일자리 발전소는 산림자원을 활용해 그루경영체를 육성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현장을 밀착 지원하는 기획·활동가 그루매니저를 두고 있다.

출발 당시 5개 지역에서 그루매니저 5명이 활동을 시작해 올해에는 45개 지역에서 총 42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루경영체는 전국 162개 지역에서 1452명(5월 기준)이 참여하고 있으며, 경남에서는 거창군, 밀양시, 창녕군, 함양군, 합천군, 창원시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씨는 지난해 5월 그루매니저 2기로 활동을 시작해 거창 지역에서 산림자원 조사, 비즈니스 모델 개발, 예비경영체 발굴 및 육성, 창업과 경영개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임기 3년 동안 산림자원을 활용해 소득을 만들고 산림형 일자리를 늘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 거창 지역에서 그루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한대수 씨. 그는 지난해 5월 그루매니저 2기 활동을 시작해 지역에 6개 경영체를 조직했다.  /한대수 그루매니저
▲ 거창 지역에서 그루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한대수 씨. 그는 지난해 5월 그루매니저 2기 활동을 시작해 지역에 6개 경영체를 조직했다. /한대수 그루매니저

"거창 지역은 제가 일을 맡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6개 그루경영체가 생겨났습니다. 무엇보다 산촌 지역이 변화를 꿈꿀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씨가 조직한 그루경영체는 숲 체험, 산야초 찻집, 밥 카페, 목공 기념품 제작, 산채 재배, 산야초 발효액 생산 등 사업을 하고 있다. 5명 이상 마을 주민이 모인 공동체로 3년 동안 운영 기반을 마련해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의 형태로 자립하게 된다.

"거창 그루경영체는 이제 출발점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일찍 시작한 함양처럼 지역에서 단단한 마을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씨는 거창 지역에서 십수 년 거창귀농학교를 운영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림일자리 사업이 인구 감소, 일자리, 소득 차이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귀농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삶의 현장입니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한 이들 중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죠. 하지만, 철저한 준비와 조직된 마을공동체가 있다면 시골 산촌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됩니다. 그루경영체는 이런 대안적 삶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도전해볼 만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한 씨는 자신이 맡은 그루매니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숲을 통해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함께 찾아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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