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 내륙을 잇달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온라인으로 날씨 기사를 빠르게 전달하고, 제보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해 공유하는 역할을 맡은 터라 태풍이 생기고 북상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지켜봤습니다.

긴장감이 극도로 치달았던 순간은 제주도에 피해를 준 태풍이 자꾸 북상해 '내륙'에 닿는 순간이었습니다. 왜냐면, 제가 '내륙'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태풍에 울릉도가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강제윤 (사)섬연구소 소장님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상황을 전해 들었습니다. 태풍이 동해안 어디 즈음으로 빠져나갔다는 소식에 안도했던 것이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사실은 태풍이 사람이 사는 울릉도를 강타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경남에도 많은 섬이 있고, 그곳에도 사람이 삽니다. 잇단 태풍에 그들이 안녕한지, 강제윤 소장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궁금해졌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기자라면 태풍이 내륙을 관통하는 상황을 걱정하기 전에 태풍을 가장 먼저 접할 그들에 온 신경을 쏟아야 했지 않았을까요. 네,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마침 지난 19일 자 <미디어오늘> 기사를 보니, 이번 태풍 때 부산MBC 유튜브 재난방송이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두 차례 태풍을 1인 토크 방송처럼 긴 시간 다뤘다는 방송에 달린 댓글이 인상 깊습니다. "서울 아니라고 관심도 안 가지는데 그나마 부산MBC에서 실시간 방송해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댓글입니다.

저 스스로 내가 사는 곳이 '서울'인 것처럼 여겼지 않나 자꾸 돌이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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