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온라인 식사 든든·뭉클
화상 모임으로 우울·고립감 떨쳐

요즘 들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서 알람이 잘 울리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지인들과 왕래가 적어지다 보니 채팅을 할 일도 줄어든 탓이다.

몇 주 전, 한동안 조용했던 단체 채팅방에 '온라인 저녁 식사'를 하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친구 여섯 명이 모여 있는 채팅방이었다. 원래 일 년에 두어 번씩 모여 놀았던 친구들이었지만 올해는 한 번도 모이지 못했다. 우리는 저녁시간에 무료 화상회의 서비스인 '구글 미트'에서 만나기로 했다. 각자 식사를 하며 얼굴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번 모임의 목적이었다.

코로나19가 일상에 침투한 뒤로 나는 새로운 단어를 많이 배웠다. 사회적 거리 두기, 뉴노멀, 무증상 감염, 자가격리, 팔꿈치 인사…. '언택트(un-tact·비접촉)'도 그중 하나다.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제 일상적인 안전수칙이 되었다. 소비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 업무처럼 이전에는 사람을 만나야 가능했던 일들이 이제는 비접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 중 무려 88%가 재택근무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나의 직장은 소비자를 대면해야만 하기 때문에 재택근무 같은 단어는 아직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

회의에 입장하니 친구들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여섯 명이 한꺼번에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하다니. '비접촉 시대'라는 것이 실감났다. 시간이 조금 지나 화상회의 형태에 익숙해지자 아쉬운 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단 영상과 목소리가 전달되기까지 일이 초 정도 시간이 걸렸다. 이 짧은 공백 때문에 여러 명이 동시에 말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정적이 흘러 불편했다. 사용하는 카메라와 마이크, 인터넷 환경에 따라서 음성이 작게 들리거나 화면이 끊어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모두 집중해서 들어주는 분위기가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는 서로의 자취방을 소개하고, 재미있게 본 유튜브 콘텐츠 이야기를 나눴다. 옥탑방에 사는 친구는 휴대전화를 들고 집 밖으로 나가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어느 동네를 구경시켜 주었다. 우리는 코로나가 끝나면 그곳 옥상에 모여서 바비큐 파티를 하자는 다소 허황된 계획을 세우며 웃었다.

그날의 저녁식사를 계기로 우리는 틈틈이 '구글 미트'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도 한다. 서로 바쁠 때는 그냥 화상회의를 켜놓고 각자 할 일을 할 때도 있다. 한참 글을 쓰다가 화면을 보면 친구들이 고개를 숙이고 공부를 하거나 가계부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은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는 친구가 있다는 느낌에 혼자 할 때보다 든든하고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코로나 유행으로 활동 범위가 좁아지고 사회적 고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 국민이 코로나 우울증에 노출되어 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이토록 보편적인 우울감과 고립감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걱정스럽다. 대단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화상회의 서비스로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식사를 하고, 모바일 게임 등을 하며 무력감을 해소한 나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 다가오는 주말과 연휴에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면, 화상회의 서비스를 활용해 함께 시간을 보내며 활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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