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한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 특정 현상이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축적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좋은 문화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연구기관인 EIU가 평가한 2019년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시아 1위다. 우리가 좋은 민주주의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시민자유 분야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10점 만점에 9.17점, 8.24점) 정치참여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7.22점). 그런 점에서 EIU는 한국을 '불완전 민주주의'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표가 보여주듯, '정치참여'이다.

정치참여 하면 흔히 선거를 떠올린다. 현대사회에서 고대 민주주의를 그대로 구현하기는 어렵다. 이를 보완하려 우리는 대표자를 뽑아 중요한 일을 결정하게 한다. 그런데 사실 선거로 민주시민의 역할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더 나아가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정치후원금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이다. 선거 때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런데 이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성숙한 문화가 필요하다.

'정치자금법'에서는 외국인,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다. 특정 집단의 부당한 정치영향력을 방지하려는 취지이다.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금은 정치의 도구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소액다수의 후원이 중요한 이유이다.

거센 바람에도 나무가 견디는 것은 단단한 뿌리 덕분이다. 하나가 아닌 수십, 수백의 뿌리가 흙에 단단히 박혀 있는 나무만이 건강하게 자라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의 토양에 깊숙이 뻗기 위해서는 소액다수의 후원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갈 때이다. 정치후원금 기부가 순간의 현상을 넘어 아름다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때, 아름다운 정치후원의 문화는 우리의 삶을 더욱 향기롭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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