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열 손실 최소화 방점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더해
정부·LH, 공공·민간 보급 확대

냉난방에 전기·가스 등 에너지를 거의 안 쓰는 집은 이미 시중에도 여럿 지어져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지은 건물이다. '초단열주택(패시브 하우스)'를 지어 사는 한 함양 주민은 덥거나 추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극히 적은 에너지를 쓰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그린뉴딜로 확산을 구상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패시브하우스+신재생에너지 생산' 개념이다. 건축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낮춘 데다 전기 생산까지 더해 에너지 절약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좁게는 개인의 집에서부터 넓게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건축물까지 대상으로 한다.

◇초단열주택+@

정부의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알려면 먼저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에 있는 한 단독주택(82.56㎡) 입구에는 연간 난방에너지요구량이 42.37㎾h/㎡라고 적혀 있다. 등유로 환산했을 때 1년 난방에 4.2ℓ만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간 난방에너지요구량은 패시브하우스 인증 기준 중 하나다. 패시브하우스는 일반 단독주택(150~200㎾h/㎡)이나 공동주택(100~150㎾h/㎡)보다 난방에너지요구량이 훨씬 적다.

김기탁(45) 한들건축사무소 대표는 2017년 함양에 패시브하우스를 지어 살고 있다. 김 대표가 얻은 것은 '쾌적함'이다. 한여름에도 실내온도가 27도 안팎, 겨울에도 23도는 유지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다른 가정에서는 방에나 둘 만한 작은 벽걸이형 에어컨 1대와 선풍기 1대로 여름을 났다. 외풍이 전혀 없어 겨울에도 바닥 난방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는 덜 들었다.

사실 김 대표 집의 난방에너지요구량은 패시브하우스 가운데 등급이 낮은 편이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는 패시브하우스 기준을 연간 난방에너지요구량 50㎾h/㎡ 이하로 규정하면서 30㎾h/㎡·15㎾h/㎡ 이하일 때 더 높은 등급을 매긴다.

창녕에 있는 한 전원주택(132.48㎡)은 '연간 난방에너지요구량'이 17.09㎾h/㎡라고 표시돼 있다. 이 집을 지은 전희수 그린홈예진(진주) 대표는 "설계상 1년간 난방비가 26만 원 정도"라며 "통상 난방은 연중 5개월 정도만 하기 때문에 실제 난방비는 훨씬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가 말한 설계상 난방비는 1200원으로 가정한 등유 1.7ℓ에 집 전체 면적을 곱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집은 단열만 달라져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 1985~1987년(과거)과 2015~2017년(최근) 사용 승인된 아파트·단독주택을 대상으로 같은 단위면적당 난방 사용량을 비교했을 때, 최근 아파트(0.00282TOE/㎡)가 과거 아파트(0.00497TOE/㎡)보다 43.2% 적게 난방을 했다. 단독주택도 최근에 지어진 게 31.5% 적게 난방을 했다. 전기사용량도 1969년 지어진 주거용 건물과 2017년 지어진 주거용 건물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 내놓은 '주거용 건물 에너지사용량 통계'에 담겨 있다. 통계에서 난방량과 전기사용량 차이는 단열 때문이다. 단열 기준은 1979년 9월 처음 마련돼 2001~2018년에만 5차례 이상 강화됐다.

▲ 김현미(맨 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2월 세종시 임대형 제로에너지 단독주택단지인 로렌하우스 준공식에 참석해 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김현미(맨 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2월 세종시 임대형 제로에너지 단독주택단지인 로렌하우스 준공식에 참석해 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패시브하우스는 단열은 기본이고 기밀·창호 성능을 갖춰야 하며, 열회수형 환기장치와 열교방지공법 등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패시브하우스에 태양광·태양열·지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더한 게 정부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개념이다.

◇제로에너지 건물 박차

정부는 단계적으로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의무화해 2025년에는 면적 500㎡ 이상 공공건축물, 1000㎡ 이상 민간 건축물에 적용한다. 2030년에는 500㎡ 이상 모든 건축물이 대상이 된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에너지자립률에 비례해 용적률을 최대 15%까지 완화하는 혜택을 받는다.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30~50%)도 우선 지원받을 수 있다. 인증을 받으면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도 20% 높일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임대형 제로에너지 주택 보급이 시작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8~2019년 '로렌하우스' 브랜드로 세종시, 경기 김포·오산 등 3곳에 모두 298가구를 지어 보급했다. 3곳은 지난해 입주가 끝났다.

로렌하우스 주택 한 채는 태양광 설비로 한 달 평균 400㎾h 전기를 생산한다. 4인 가구가 한 달 평균 350㎾h 전기를 쓰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은 거의 들지 않는 셈이다. 또 외벽 전체를 끊김 없이 감싸는 외단열 공법 등으로 온도 차에 따른 곰팡이 발생을 원천 차단하고, 열회수환기장치로 겨울에도 창문을 열지 않고 환기를 할 수 있어 미세먼지 걱정도 없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LH는 동탄, 세종, 부산(명지) 등에도 추가로 제로에너지 단독주택 480가구를 짓고 있다.

특히 LH는 아파트도 제로에너지 건축 인증을 받아 짓고 있다. 제로에너지 시범단지인 '인천검단 AA10-2BL'은 장기 임대주택으로, 3만 9337㎡에 모두 1188가구가 지어질 예정이다.

LH는 "벽체와 창호 단열 성능을 개선하고, 태양광 중심으로 에너지 성능을 확보해 고층이라도 제로에너지 기능을 적용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LH는 이 아파트 냉난방 비용이 가구당 연평균 42만 원, 다른 일반 아파트와 비교하면 최대 71% 절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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