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혁신에 역할"강조…김태호·홍준표 전망 안갯속
국민의힘, 중도층 외연확장 전략 따른 선택·견제 예상

전직 경남도지사이자 무소속 현역 국회의원인 홍준표(대구 수성 을) 의원과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정적 태도로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이후에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또 다른 무소속 현역인 권성동 의원의 복당이 지난 17일 전격 허용되면서 두 사람도 조만간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김태호 의원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김 의원은 17일 권 의원의 복당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복당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무소속 4명의 일괄복당이 통합의 취지에 비추어 좋은 방향이라 생각해 복당 신청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개별 복당으로 방향을 잡은 이상 복당 신청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하루속히 친정으로 돌아가 당의 혁신과 내년 보선,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온 몸을 던져 헌신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그러나 행보를 같이 하지 않았다. 차기 대선과도 결부된 만큼 홍 의원 자신은 복당 의지가 강하지만 국민의힘 내 반발이 부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민의힘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 상당수가 홍 의원의 '막말' '독불장군' '강경보수' 이미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홍 의원이 복당하면 탈당까지 불사할 태세다.

홍 의원만큼은 아니지만 김태호 의원도 비판적 정서가 상당한 게 현실이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당 최고위원으로서 소위 '친박공천' '막장공천'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지탄받았다. 두 의원의 복당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이유다.

▲ 2018년 4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당시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경남도지사 예비후보.  /연합뉴스
▲ 2018년 4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당시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경남도지사 예비후보. /연합뉴스

3선의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정도를 빼면 두 의원 복당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사가 거의 없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경남에도 국민의힘 도당위원장인 윤한홍(창원 마산회원) 의원이 한때 홍준표 의원 최측근으로 꼽혔고, 중앙당 제3정책조정위원장 등 중책을 맡고 있는 박완수(창원 의창) 의원도 김태호 의원과 가까운 관계지만 윤 의원과 박 의원 모두 복당 문제에 별다른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윤한홍 의원은 18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워낙 거물급 인사들이라 도당에서는 뭔가 판단할 여지가 없다. 일반적 인사면 도당 입당 절차 등이 중요하겠지만 두 사람의 복당 문제는 사실상 중앙당 결단에 달렸다"며 "다만 개인적으로는 복당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103석 야당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복당하는 분들이 당의 앞으로 변화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측면을 고려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권성동 의원은 (복당신청서를 내고) 5개월을 기다렸다. 당내 의원들이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신청서를 낸 분이면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해서 가결했다"며 이같이 말했는데, 결국 홍준표·김태호 두 의원이 당 혁신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두고 보고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잘 알려진 대로 김 위원장은 보수정당의 발목을 잡아온 '극우' '꼴통'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당내 초선 다수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인데 이는 홍준표·김태호 의원 복당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간 김 위원장이 홍 의원 등을 향해 "대선주자로서 시효가 끝났다"고 직격탄을 날리거나 복당 문제에 "지금은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 당이 정상화되면 그 다음 분들이 처리할 문제"라며 거리를 둬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권성동 의원 복당 결정에 이어 홍준표·김태호 두 의원의 향후 당내 역할을 주시해보겠다는 다소 전향적인 언급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나온 만큼 논의의 물꼬가 트인 건 분명해 보인다. 홍·김 두 의원으로서는 스스로 자신의 구태 이미지를 벗겨내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