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소지품 두고 사라져
경찰, 실족 가능성 고려 수사
가족 "범죄 우려도" 발 동동

창원시 진해구 해안가에서 50대 남성이 갑자기 사라졌다. 한 달째 오리무중이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실종 경위조차 밝혀지지 않아 가족은 애만 태우고 있다.

이 남성이 사라진 것은 지난달 9일 진해루 해변공원에서다. 해안가 방파제 위에 신발과 가방 등 소지품이 올려져 있었고, 그 앞 인도에 자전거도 세워둔 채였다. 한 시민이 10일 오전 6시 30분께 이 장소를 지나가다 실종자의 소지품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곧바로 목격자 확보에 나섰다. 소지품 발견 장소 인근에 펼침막을 내걸고 탐문에 들어갔다. 실종자 가족들도 보름 넘게 현장 근처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면서 목격자를 확보하고자 동분서주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카메라와 주변 목격자를 확보해 실종자가 사라진 시간을 9일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로 특정했지만, 더 이상의 단서는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편의점 앞을 제외하고는 해변공원에 CCTV가 없어 추가 목격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지난달 9일 창원시 진해구 진해루 해변공원에서 실종된 50대 남자의 가족이 현장 인근에 붙인 펼침막.   /이창우 기자
▲ 지난달 9일 창원시 진해구 진해루 해변공원에서 실종된 50대 남자의 가족이 현장 인근에 붙인 펼침막. /이창우 기자

실족 가능성을 고려한 경찰은 해경의 도움을 받아 인근 해상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드론팀이 드론을 날려 해상 수색을 지원하기도 했다. 해경과 민간구조대는 합동으로 물속까지 뒤졌다. 지난 14일에는 가족들이 전문 다이버들을 직접 고용해 물속 구조물에 걸리지 않았는지 확인했지만 허사였다. 말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족들은 실종자가 극단적 선택이나 실족 등으로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실종자의 손위 처남인 ㄱ 씨는 "매일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었고, 그날도 복장을 갖추고 자전거를 타러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매제가 실종된 곳은 조류가 거의 없는 곳인데다, 10일은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조금' 때"라며 "만약 물에 빠졌다면 벌써 발견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ㄱ 씨는 경찰이 바다 쪽이 아니라 육지 쪽에서 범죄를 당했을 가능성을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처음에 경황이 없어 생각하지 못했지만, 실종자 소지품 지문검사가 가족들 요청이 있고서야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종자가 편의점 야외식탁에 머물렀을 때, 근처에서 술을 먹고 있었던 일행을 찾으면 뭔가 조금이라도 알아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현장에서 오른쪽으로 50m쯤 떨어진 주차장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를 실종 초기에 확보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ㄱ 씨는 "동생은 남편 흔적이라도 찾기를 바라며 한주호 대위 동상과 사찰을 오가며 치성을 드리고 있다"며 "수면제 없이는 한숨도 못 자 상해 가는 얼굴을 보면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종자 수색을 맡은 진해경찰서 여청수사계 관계자는 지문 감식 지연에 대해 "당시 범죄 정황을 찾을 수 없어 수색을 우선하다가 감식이 뒤로 미뤄진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실종자 옆에서 찍힌 사람들 역시 특별히 범죄에 연루된 정황이 보이지 않아 영장을 받고 수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마리라도 찾으려고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수소문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차장 블랙박스 확보와 관련해서는 "신고를 받은 당일 해당 주차장 차량 내부와 바닥까지 수색했고, 주차한 차주들을 찾기 위해 펼침막을 붙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단서가 나오지 않아 답답한 가족들의 심정은 이해한다"면서 "가족들과 모든 상황을 공유하며 수색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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