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용 의장 불신임 안건
의사진행 다툼 끝 또 무산
부의장 넘어져 병원 이송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불신임안 처리가 또 무산됐다. 의장의 일방적 의사 진행과 이에 반발하는 의원간 다툼이 반복되면서 해당 안건은 또 계류됐다.

이날 의장 단상에 올라가려던 장규석 제1부의장이 송순호 의원과 부딪혀 넘어져 병원으로 향했다. 한 의원은 "송 의원이 밀었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의원은 "막아서 있었을 뿐"이라고 엇갈린 주장을 펼쳐 이를 놓고도 앞으로 공방이 예상된다.

◇세 번째 시도, 세 번째 무산 = 도의회는 17일 제37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처리 안건을 의결한 후 오후 4시 10분부터 '김하용 의장 불신임의 건'과 '김하용 의장·장규석 제1부의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송 의원은 이날 '장규석 제1부의장 불신임의 건'을 추가 상정하며, 사퇴촉구 결의안을 먼저 논의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다. 김 의장은 두 가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장은 "오늘 상정된 제1부의장 불신임 건은 방어권 확보 시간이 필요하고 행정안전부 유권 해석을 받아보고 상정하고자 한다. 또 의장 불신임 건이 표결 절차를 진행하다 계류돼 있어 먼저 처리하는 것이 맞다"며 제1부의장에게 의사 진행을 맡긴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규칙·절차를 강조하며 의장의 일방적 진행을 막아섰다. 이종호 제2부의장은 신상 발언을 통해 "김하용 의장과는 도무지 의사 진행이 되지 않아 다수 의원의 동의를 얻어 내가 의사를 진행하고자 하는데 표결에 부쳐달라"고 다른 안을 제시했지만, 김 의장은 이 역시 거절했다. 고성과 욕이 오갔고, 장규석 부의장이 단상에 오르려다 넘어지는 등 과격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번에도 김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회의를 진행할 수 없으니 산회를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의장 불신임안은 다뤄보지도 못하고 의사 진행을 놓고 다투다 산회로 끝내는 장면은 7, 8월에 이어 9월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 17일 오후 열린 제379회 경남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에서 장규석 제1부의장이 김하용 의장이 있는 의장석으로 올라가려 하자 송순호 의원 등이 이를 막으며 회의 진행방식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17일 오후 열린 제379회 경남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에서 장규석 제1부의장이 김하용 의장이 있는 의장석으로 올라가려 하자 송순호 의원 등이 이를 막으며 회의 진행방식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막을 수 없는 '의사봉 권력' = 이번 회의에서 '의사봉 권력'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의사봉을 쥔 의장이 의원에게 의견을 물어 순서를 결정하자는 안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의원들은 항의하다 안 되면 퇴장하는 방법이 고작이다. 민주당에서 의사 진행 순서 변경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도 '의사봉'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앞서 송순호·김경영 의원은 지난 8월 의장 불신임 투표를 무기명 투표로 강행하려 한다며 제1부의장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장 불신임 투표) 안건에 대한 투표 방식을 놓고 전문가 견해가 엇갈리고 그중 상당수는 무기명 투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국회법에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규정이 도의회에서 준용될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신상 발언을 통해 "장 부의장이 회의규칙을 위반하며 부당하게 의사진행을 해도 통제권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사법기관은 지방의회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다. 57명 의원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지만, 반복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9월에 의장 불신임안을 마무리할 뜻을 밝혔지만 여전히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 골만 더 깊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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